책을 되새김질하다

간절하게 참 철없이

대빈창 2008. 4. 11. 20:18

 

 

 

책이름 : 간절하게 참 철없이

지은이 : 안도현

펴낸곳 : 창비

 

2006년 하반기 우리 시대의 대중적 인기 작가가 연이어 추억 속의 음식을 다룬 산문집을 펴낸바 있다. 맛에 대한 이야기는 성석제의 '소풍'과 윤대녕의 '어머니의 수저'다. '소풍'은 음식과 맛에 얽힌 추억 속에서 사람사는 이야기이고, '어머니의 수저'는 어린 시절의  기억 속에서 맛있었던 음식을 떠올리는 얘기였다. 하지만 나는 두 권의 책을 잡지 못했다. 아니 안 잡은 것이다. 한때 두 작가의 책은 소설과 산문을 가리지않고 출간되자마자 잡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나의 애정은 시들해졌다. 날렵한 입심만큼이나 현실의 흐름에 편승하는 - 대중영합주의에 기댄 상업주의라고 나는 생각한다. - 발빠른 행보(?)에 나는 눈길이 삐딱해진 것이다. 그런데 '잊었던 추억들로 차려낸 따스한 밥상의 시'라는 띠지의 카피 문구를 단 안도현의 새 시집 '간절하게 참 철없이'는 출간되자마자 손에 넣었다. 우화소설 '연어'로 밀리언셀러를 기록한 지은이는 우리 시대의 대표적 시인으로 손꼽을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시인의 1984년 등단작인 '서울로 가는 전봉준'을 신춘문예당선작품집에서 눈동냥한 이후로, 그의 책을 손에 넣어 본적이 없다. 추억어린 음식을 소재로 다루었다는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나의 변덕(?)은 왜 이리 사나운가. 그것은 소설가가 산문으로 다루었다는 점과 시인은 시로 승화 시켰다는 차이점에 있다. 나는 아직 가벼운 산문은 잡글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그리고 요즘 너나 내나 할 것없이, 가볍기 그지없는 일상생활을 소재로 한 산문집을 출간하는 행태에 눈살을 찌푸렸던 것이 사실이었다.

이 시집은 3부로 구성되었는데, 모두 59편의 시가 실려있다. 그중 나의 눈길을 끈 것은 2부의 음식시편이라 할 22편이다. 수제비, 무말랭이, 북방(北方) - 명태선, 물외냉국, 닭개장, 갱죽, 안동식혜, 진흙메기, 건진국수, 태평추, 돼지고기, 염소고기, 간장 꽃게, 무밥, 콩밭짓거리(콩밭 고랑 사이에 씨 뿌린 열무 따위의 푸성귀), 민어회, 물메기탕, 병어회, 시락국, 전어속젓, 토끼고기, 매생이국. 시의 제목보다는 시의 내용을 이루는 음식을 순서대로 적어 보았다. 그렇다. 시인은 아스라이 잊혀져가는 기억 속의 전통 먹거리를 들고나와 우리의 입맛을 돋군다. 72쪽의 시는 '병어회와 깻잎'인데, 군산 째보선창에서 막걸리를 시켰는데 안주로 병어회가 나오면서 주모가 안주 싸는 법을 일러준다. 깻잎은 뒤집어 싸먹어야 까끌거리지 않는다고. 시인은 병어회가 고소하다는 것을 알고있다. 바로 병어회는 뼈째 쓰러야 한다. 그래야 병어 특유의 고소한 맛을 살릴 수 있다. 병어는 5월에 난다. 2년 전 서도는 병어 천지였다. 지나가는 똥개도 병어를 물고다닐 정도였다. 얼마나 그 양이 많은 지, 하루에 두번 뻘그물에 경운기를 끌고 나가면 적재함에 다 싣지를 못해, 버리고 들어왔을 정도였다. 병어는 몸피가 얇고 넓적한지라 그물에 밀려온 고기들이 책받침처럼 포개져 있었다는 얘기다.  그런데 작년, 그 많던 병어가 어디로 사라졌는 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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