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박노자의 만감일기
지은이 : 박노자
펴낸곳 : 인물과 사상사
박노자의 저작을 두번째 잡는다. 지난해 '우리가 몰랐던 동아시아'를 잡으면서 흡족한 책읽기였다고 술회한 만큼, 나는 이 책이 출간되자마자 손에 넣었다. 배고픈 아이가 젓을 보채듯 틈만 나면 인터넷 서적에 들어가 검색창에 '박노자'를 때렸다. 어느 일간지는 이 책이 지은이의 12번째 한글 서적이라고 소개하고, 한국인으로 귀화한 지 6년이 되었으므로 한해에 평균 2권을 썼다고 '화제의 책' 란에 밝혔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그 수치는 틀렸다. 12권의 책에는 공저 3권이 포함되었다. 그러니까 박노자만의 저작으로는 9번째가 된다. '우리가 몰랐던 동아시아'에서 저자의 특이한 이력을 소개한 만큼 오늘은 빠진 부분만 보충한다. 우연히 영화 '춘향전'을 보고 한국에 필이 꽂힌 러시아인 블라디미르 티호노프는는 경희대 러시아어과 전임강사를 거쳐, 2001년 '박노자'라는 이름으로 한국에 귀화한다. 현재는 노르웨이 오슬로 대학의 한국학 부교수로 재직 중이며, 한국인 아내와의 사이에 초등학생인 아들 '율희'를 두고 있다. 박노자의 저작들이 대부분 베스트셀러이듯이 이 책도 벌써 5쇄를 넘어서고 있다. 한국에 대한 애정어린 시선으로 객관적인 역사를 바로 세우고자 노력하는 저자의 진실성이 한국의 독자들께 먹혀 들고 있는 바람직한 현상이다. 다시 말해서 그의 논쟁적 글들은 한국사회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데 일조한다. 실린 글들의 한 챕터 분량은 고작 2 ~ 4쪽이다. 차례를 뒤적여 하나하나 세어보니 모두 99개의 글꼭지가 빼곡하다. 머리말까지 합하면 정확히 100개다.
이 책은 기존의 책들과는 성격이 판이하다. 저자가 자신의 블로그에 기록한 일기를 주제별로 한 권의 책으로 엮은 것이다. 일기라는 것이 자신의 내면과의 대화로 은밀한 기록인데, 공개적으로 인터넷에 올린 모순을 저자는 '타자의 시선이야말로 인터넷 일기쓰기의 장점'이라고 갈파한다. 책 내용중 가장 공감이 가는 부분은 이 땅 언론의 혈연에 얽메이는 치졸함이다. 북한과의 관계정립이 재요구 될때면 항상 브라운관에 나타나는 한국계 미국 정치인이다. 얼굴이 한국인이라면 그는 무조건 우호적인가. 유아적인 편가르기로 시청자를 우롱하는 것처럼 내게는 보인다. 정말 웃기는 짖거리다. 이것이 바로 공영방송이라는 이 땅의 정신연령 수준이다. 빅토르 차 같은 미국 우파 계통의 '매파 북한통'은 혈통은 한국계이지만, 한반도 평화보다는 '미국의 국익'을 염두에 두고 활동을 펼친다. 그렇다. 이 책은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현실의 위기를 극복하고자하는 또 하나의 시도다. 전체주의, 국가주의, 마초주의, 숭미주의, 남성우월주의에 일그러진 한국사회에 대한 비판적 애정이 깊게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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