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어느 무명 철학자의 유쾌한 행복론
지은이 : 전시륜
펴낸곳 : 행복한 마음
'세상에 단 한 권의 책을 남기고 떠난 사람, 전시륜' 저자는 죽기 전 모국어, 즉 한글로 된 한 권의 수필집을 남기는 것이 가장 큰 소망이었다. 조국을 떠난 지 오래 된 저자의 집필 과정은 영어로 생각하고 영한사전을 통해 우리말을 찾아 쓰여졌다. 다행히 나중에 저자의 조카 손녀들에 의해 한글로 컴퓨터에 입력되어 한권의 책으로 그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다. 책이 출간된다는 기쁜 소식에도 불구하고 끝내 책을 잡아보지 못하고, 저 세상으로 저자는 떠났다. 하지만 먼 하늘에서나마 특유의 낙관적인 미소를 머금고 있을 것이다. 이 책은 2000년 도서출판 명상에서 출간되었으나, 재판되지 못하고 8년이나 지나 '행복한 마음'에서 개정판으로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책갈피를 펼치니, 앞글이 두 개로 모두 소설가이자 환경운동가인 풀꽃평화연구소(이하 풀꽃연)의 최성각의 글이다. 즉 '명상'의 초판과 '행복한 마음'의 개정판 머리글이다.
이 책이 활자화된 내력은 이렇다. 저자는 시민환경단체 '풀꽃세상을 위한 모임'의 대표였던 화가 정상명의 애들 고모부다. 연구소 소장인 소설가 최성각은 '드물게 멋있는 분'이라는 화가의 설명과 함께 두툼한 원고뭉치를 건네 받는다. 여기서 출간을 위해 애쓴 인연으로 초판 앞글을 쓴다. 사람과의 인연도 묘하지만, 작가는 책과의 인연도 무시할 수 없나 보다. 도서출판 명상의 운명과 함께 사라질 뻔 했던 책은 우여곡절 끝에 풀평연에 의해 '행복한 마음'에서 다시 햇빛을 보게 되었다. 내가 이 책을 찾은 계기도 바로 풀평연과의 인연이었다. 나는 짬만나면 풀평연 사이트에 들어가 웹진을 읽는다. 그러고보니 왜 인지에 '풀꽃평화'가 찍혀 있는지 알게 되었다.
'생활속의 철학자'로서 세계동포주의를 일상적 삶으로 우려낸 저자의 유머와 위트를 히히덕거리며 재미있게 읽었다. 저자는 젊은 날 모국을 떠나 미국에 정착하였고, 세계 여행을 통한 다양한 문화를 접한다. 그러기에 형식과 격식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분방한 표현들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하지만 제3세계의 반미감정에 대한 저자의 생각에 나는 동의할 수가 없다. 저자는 진짜 미국을 알려면 미국 가정을 방문하여 그들의 따듯한 환대를 받아야 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자신의 '미국 가정 편력' 경험담을 늘어 놓았다. 나의 생각은 이렇다. 제3세계의 반미감정은 미국 국민에 대한 감정이 아니라, 제국주의적 침략에 대한 반감이다. 도대체 이라크나 아프카니스탄 민중이 미국 가정을 방문할 기회가 있을까. 컴퓨터 시뮬레이션처럼 그들의 머리 위에 쏟아지는 폭탄이 바로 미국에 대한 현실적 감정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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