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창씨개명된 우리 풀꽃
지은이 : 이윤옥
펴낸곳 : 인물과사상사
저자 이윤옥의 책을 드디어 잡았다. 우리말 속의 일본말 찌꺼기를 다룬 『사쿠라 훈민정음』과 친일 문학인을 풍자한 시집 『사쿠라 불나방』을 몇 번 가트에 넣었다 여적 미적거리고 있었다. 책은 우리 풀꽃이 일본말에 오염되어 저속한 이름으로 불리게 된 과정을 추적했다. 「큰개불알꽃」, 「며느리밑씻개」, 「도둑놈의갈고리」, 「좀개갓냉이」, 「중대가리풀」 등. 얼마나 지저분한가. 어머니 말에 다르면 “흉악하다.” 어느날 저녁 밥상머리에서 『한국인의 밥상』에 눈길을 주다, 교동도의 피난민 음식 「대갈범벅」을 보시고, 인상을 찡그리며 하신 말이다.
금강초롱 / 사내초 / 마키노국화 / 남산제비꽃 /칼송이풀 / 개불알꽃 / 며느리밑씻개 / 애기괭이눈 / 산거울 / 복수초 / 등대풀 / 도둑놈의갈고리 / 피막이풀 / 중대가리풀 / 개쓴풀 / 벼룩나물 / 동자꽃
2장의 일본말 찌꺼기가 남은 우리 풀꽃 이름이다. ‘국립생물자원관에서 만든 『한반도 고유종 총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만 자라는 한반도 고유 식물은 모두 33목 78과 527종이다. 이 가운데 일본 학자 이름으로 학명이 등록된 식물은 모두 327종으로 무려 62퍼센트에 달하는 수치다.’(228쪽) 일제의 제국주의 팽창과 식민지 확장에 편승해 한반도에 들어 온 일본 학자들에 의해 식물학 연구가 이루어져 이 땅의 풀꽃 이름은 일제 잔재가 짙게 남았다. 식민지 시절 붙은 우리 풀꽃 이름의 일본말 찌꺼기는 대대적 수술한 번 없이 지금까지 그대로 남았다. 우리 풀꽃 이름을 손볼 때 식물학자만이 아닌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고 풀꽃의 생김새를 잘 나타낸 이름을 짓자는 저자의 바람은 소박했다.
각 장 뒤에 붙인 「더 읽어보기 : 잘못 심어진 나무」가 읽는이의 눈길을 오래 잡았다. 금송은 소나무가 아닌 낙우송과로 일본말로 고야마키(高野槇)라고 한다. 일본인들이 신성하게 여기는 나무였다. 일본을 대표하는 나무가 아산 현충사와 금산 칠백의총, 경북 안동서원에 심겨져 선조들을 욕보였다. 노무라 단풍은 봄에도 잎색이 붉은데 조선 정궁 경복궁과 아산 현충사에 심겨져 민족적 자존심에 상처를 입혔다. 일본 대표 조경수인 가이즈카향나무가 호국영령이 잠든 현충원, 국민 대표기관 국회의사당, 전국의 수많은 학교·관공서에 무수히 심겨졌다. 이 땅은 가이즈카향나무에 포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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