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1 - 선사시대부터 중세까지
지은이 : 아르놀트 하우저
옮긴이 : 백낙청
펴낸곳 : 창비
『文學과 藝術의 社會史 - 現代篇』이 創批新書 1으로 모습을 드러낸 해가 1974년이었다. 「古代·中世篇」이 1976년. 「近世篇 上」이 1980년. 「近世篇 下」가 1980년. 전 4권으로 완간되었다. 옮긴이는 백낙청, 반성완, 염무웅 이었다. 개정1판이 1999년에 발행되었고, 이 땅에 소개된 지 정확히 50년 만인 2016년에 개정 2판이 새롭게 선보였다. 나의 책장에 초판본과 개정 2판이 나란히 어깨를 겯었다. 세월 먹은 초판본 책술은 누런 낙엽 색깔을 띠었다. 90년대 초반. 나는 내용의 깊이를 따라잡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 겉핥기나마 책을 들었다. 20년 저쪽의 세월이다. 그림하나 없는 활자체는 촘촘했고 한자가 띄엄띄엄 얼굴을 내밀었다. 개정 2판 세트를 예약판매로 급하게 손에 넣었다. 부피가 초판본의 2배다. 읽기 편하게 시원시원한 편집과 500점에 달하는 컬러도판이 새롭게 선보였다.
책은 문학과 예술이 사회에서 어떻게 생산되고 공유되는지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래서 〈사회사〉 이었다. ‘(구석기시대 사냥꾼은) 모든 감각은 외계를, 구체적인 현실세계를 향하게 마련이었다. 이런 태도와 능력이야말로 자연주의 예술에 쓸모 있는 것이다. 그에 반해 신석기시대의 농사꾼에겐 (······) 감각적 예민성과 관찰력은 퇴화하고 그 대신 다른 능력, 무엇보다도 추상화 및 합리적 사고의 능력이 개발된다. 이런 능력이야말로 농경·목축 경제의 생산방식과 극도의 추상화·양식화를 지향하는 당시의 형식주의적 예술에 똑같이 필요한 것이었기 때문이다.’(40쪽) 예술양식이 구석기시대의 자연주의에서 신석기시대의 기하학주의로 변천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저자의 탁월한 해석이다.
표지그림을 보며 나는 판에이크 형제(Hubert van Eyck·Jan van Eyck, 14세기말 ~ 15세기 초 플랑드르 화가)의 「헨트 제단화」를 떠올렸다. 중앙은 표제와 부제, 지은이와 옮긴이를 쓴 한 면이. 좌우로 이집트 테베 네바문과 이푸키 무덤 벽화에 그려진 공예가들(기원전 1390 ~ 1349년전)과 고대 그리스의 여성 복식 페플로스를 입은 코레 조각상(기원전 530년경)이었다. 내가 책을 처음 만난 것이 80년대 중반 국문학도의 허름한 자취방이었다. 강원 두메산골 출신의 친구는 항상 알코올에 절어있었다. 해장술을 찾아 자취방에 들이닥치면 녀석은 밤새 퍼부은 값싼 희석식 소주로 벌겋게 얼굴이 달아올라 단내를 풍겼다. 두말하면 잔소리, 우리는 강의를 팽개치고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술을 찾아 나섰다. 낭만적 객기가 살아 있던 그 시절은 그랬다. 눈을 까뒤집고 봐도 귀티를 찾을 수 없었던, 산적이 떠올랐던 동기였다. 엄혹했던 시절 그를 통해 나는 맑스주의 예술사학자를 만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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