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2 - 르네상스 매너리즘 바로끄

대빈창 2016. 11. 24. 05:20

 

 

책이름 :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2 - 르네상스 매너리즘 바로끄

지은이 : 아르놀트 하우저

옮긴이 : 백낙청·반성완

펴낸곳 : 창비

 

잔 줄무늬 와이셔츠에 넥타이 메고 정장을 걸친 하우저가 책상에 앉아 앞을 뚫어져라 보고 있다. 이마와 광대뼈를 짚은 왼손 소매에 손목시계 줄이 반쯤 가려졌다. 뒷벽에 걸린 액자아래 조각상과 몇 권의 책이 쌓였다. 책상위에 세워진 책이 저자의 왼 팔꿈치를 가렸다. 노년의 사진으로 머리숱이 없어 정수리가 훤하다. 독자는 순간 저절로 멈칫거릴 수밖에 없다. 하우저의 눈빛은 보는 이를 압도할 만큼 형형했다. 초판본 앞날개 이력의 저자의 사진이다. 헝가리 유대계 출신으로 불행한 시대를 만나 생애 대부분을 이국에서 보낸 디아스포라 지식인.

하우저의 믿음은 확고했다. 문학과 예술도 사회적 진공상태에서 존재할 수 없다. ‘발전 속에서도 이른바 변하지 않는 요인들이란 따지고 보면 십중팔구 그에 앞선 역사적 단계의 잔재이거나, 아니면 아직 연구되지 않았지만 앞으로 충분히 밝혀질 수 있는 역사적 조건을 설명하기 위한 성급한 대용물이기 일쑤이다.’(28쪽) 꽈트로첸또(quattrocento) - 서기 1400년대, 즉 15세기의 이딸리아 르네상스 / 뜨레첸또(trecento) - 14세기 / 친꿰첸또(cinquecento) - 16세기. 책에서 나는  유럽 르네상스 발전의 기초를 이룬 이딸리아의 시대개념에 양식 개념을 덧붙인 의미로 쓰였던 용어를 접했다.

 

띤또레또(1518 ~ 94) - 「모세 바위를 두들겨 물을 내다」, 「이집트로의 피난」, 「마리아 막달레나」

엘 그레꼬(1548? ~ 1614) - 「오르가스 백작의 매장」, 「성모 방문」, 「마리아의 결혼」

피터르 브뤼헐(1525? ~ 69) - 「눈 속의 사냥꾼」, 「시골의 결혼잔치」

  

그동안 섭렵했던 서양미술 대중서에서 눈에 익었던 화가와 작품들이다. 공통점은 매너리즘 예술양식이다. 우리는 흔히 매너리즘이라는 말에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다. ‘매너리즘에 빠졌다’라는 평가를 받은 작가나 화가는 즉각 분개할 것이다. 이는 앞서 이름난 작품을 모방했다는 혐의가 깔려있다. 하인리히 뵐플린(1864 ~ 1945, 스위스 미술사가)은 매너리즘을 ‘자연스럽고 건강한 발전과정에서 나타나는 일종의 방해요소’(176쪽)라고 폄훼했다. 하우저는 이렇게 말했다. '매너리즘의 고전주의 예술 모방이 다가오는 혼돈으로부터의 도피이고, 매너리즘 형식에 나타나는 지나친 주관적·신경질적 긴장은 형식이 삶과의 투쟁에서 무력해지고 예술이 영혼 없는 아름다움으로 전락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의 표현이라는 것을 파악하지 못하다면, 우리는 결코 매너리즘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176쪽) 마지막은 표지그림이다. 카윈턴 마체이스의 1514년작 「대부업자와 그 아내」와 피터르 브뤼헐의 1565년작 「눈 속의 사냥꾼」의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