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3 - 로꼬꼬 고전주의 낭만주의

대빈창 2016. 11. 28. 05:52

 

 

책이름 :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3 - 로꼬꼬 고전주의 낭만주의

지은이 : 아르놀트 하우저

옮긴이 : 염무웅·반성완

펴낸곳 : 창비

 

「호라티우스 형제의 맹세」(1785년) / 「브루투스」(1789년) / 「테니스장의 선서」(1791년) / 「마라의 죽음」(1793년) / 「사비니 여자들의 중재」(1796 ~ 99년) / 「대관식」(1805 ~ 08년) / 「사포」(1809년)

 

책에 가장 많은 도판이 실린 자끄 루이 다비드(J. L. David, 1748 ~ 1825)의 작품명이다. 혁명 전야 프랑스 화단은 네 가지 예술경향이 있었다.① 프라고나르가 대표하는 감각주의적·색채주의적 로꼬꼬 전통 ② 그뢰즈가 대표하는 감상주의 ③ 샤르댕의 부르주아 자연주의 ④ 비앵의 고전주의. 혁명은 가장 적합한 양식으로 고전주의를 택했다. 1785년 등장한 다비드의 「호라티우스 형제의 맹세」는 ‘금세기의 최고로 아름다운 그림’이라는 극찬을 받았다. 혁명적 고전주의는 프랑스 회화의 ‘유파 그 자체’였다.

하우저는 탁월한 맑스주의 예술사학자답게 이렇게 말했다. “혁명 자체는 새로운 양식을 구체화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혁명은 비록 새로운 정치적 목적과 새로운 사회제도, 새로운 법규는 갖고 있었지만, 자기 자신의 언어로 스스로를 표현할 만한 진정한 의미의 새로운 사회는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247 ~ 248쪽) 혁명이 창조한 진정한 양식은 고전주의가 아닌 낭만주의였다. 혁명에 의해 실제로 행해진 예술이 아니라 혁명에 의해 준비된 예술이었다. 나는 여기서 러시아 혁명기의 예술 양식을 떠올렸다. 혁명의 시기를 밝혔던 미술은 절대주의 화가 카지미르 말레비치(Kazimir Malevitsh, 1878 ~ 1935)의 흰 화면 위의 붉은 사각형 「붉은 광장」으로 대표되는 진취적인 아방가르드 미술이었다. 1917년 혁명 이전부터 아방가르드 미술은 진보의 상징으로 ‘미래주의’로 불렸다. 1927년 스탈린이 권력을 장악하면서 전위 미술가들은 ‘형식주의자’로 몰려 대대적으로 숙청을 당했다. 혁명당시 보수적이고 반동적이었던 리얼리즘이 공식창작론으로 채택되었다.

표지그림은 장 오노레 프라고나르의 「그네」(1767년)와 자끄 루이 다비드의 「마라의 죽음」(1793년) 이다. 1권 - 금색 / 2권 - 쑥색 / 3권 - 보라 / 4권 - 파란. 권별 각 장의 소제목 활자색이다. 이번 2차 개정판은 독자를 배려한 편집이 눈에 띄었다. 1999년의 흑백 도판을 컬러로 대체하면서 도판수도 대폭 늘렸다. 세월은 흘렀고 나의 시력은 노안이 뚜렷해졌다. 다시 펼쳐 든 초판본은 읽을 수 없을 정도로 편집이 조잡했다. 도판 한 장 없이 작은 활자만 빼곡해 눈이 시릴 정도였다. 나의 젊은 시절은 그마저 감지덕지였다. 배부른 투정으로 비쳐질 수 있다. 새로 나온 책의 서체와 행간의 조정은 시원시원했다. 박스 안에 담긴 네 권의 책이 보기에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