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4 - 자연주의와 인상주의 영화의 시대

대빈창 2016. 11. 30. 05:35

 

 

책이름 :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4 - 자연주의와 인상주의 영화의 시대

지은이 : 아르놀트 하우저

옮긴이 : 백낙청·염무웅

펴낸곳 : 창비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는 20세기 서구 시민에게 예술과 문학을 계몽시킨 대표저작이다. 문학·음악·회화·영화 등 예술의 종합 입문서로 선사시대 동굴벽화에서 예이젠시쩨인(S. M. Eisenstein, 1898 ~ 1948, 몽따주 이론을 개척·확립한 초기 소련 영화의 거장)까지 3만년의 서양 예술사를 마르크시스트 관점에서 서술했다. 화가는 조또에서 빠블로 삐까소까지. 작가는 단떼에서 프루스뜨까지. 음악가는 바흐에서 스뜨라빈스끼까지 흥미를 끄는 예술사의 풍경이 독자가 한눈을 팔 수 없게 만들었다.

책을 읽으며 나는 1권에서 구석기시대의 자연주의에서 신석기시대의 기하학주의로 변천하는 예술양식. 2권에서 띤또레또(1518 ~ 94), 엘 그레꼬(1548? ~ 1614), 피터르 브뤼헐(1525? ~ 69)등 매너리즘 예술양식의 화가. 3권에서 혁명적 고전주의 화가 자끄 루이 다비드의 「호라티우스 형제의 맹세」(1785년), 「마라의 죽음」(1793년), 「사비니 여자들의 중재」(1796 ~ 99년), 「대관식」(1805 ~ 08년)등에 눈길이 머물렀다. 예술사에서 문학보다 회화에 관심이 더 쏠리는 나의 성향은 4권도 예외없이 기품 있고 예쁘장한 장식미술 인상의 로세티D. G. Rossetti, 밀레이E. Millais, 헌트 W. H. Hunt의 라파엘전파(Pre-Raphaelitism, 1848년 런던에서 형성된 예술운동으로, 라파엘로 이전의 사실적이고 소박한 화풍을 모범으로 삼는 유파)에 기울어지고 있었다. 그때 엥겔스F. Engles의 ‘리얼리즘의 승리’가 벽력처럼 눈길을 가로 막아섰다.

 

대의 탐구 / 외제니 그랑데 / 시골의사 / 잃어버린 환상 / 여자 낚시꾼 / 왕당파의 상황에 대하여 / 루이 랑베르 / 13인조 이야기 / 고리오 영감 / 마을의 사제 / 창녀의 화려와 비참 / 알려지지 않은 걸작

 

책에 나오는 발자끄의 작품명이다. ‘리얼리즘의 승리’란 ‘역사의 진보에 바치는 예술가의 봉사란 그가 개인적으로 무엇을 확신하고 어디에 동조하느냐보다 오히려 사회현실의 문제와 모순을 얼마나 힘차게 제시하느냐에 있다’(51 ~ 52쪽) 작가로 발자끄와 도스또옙스끼를 꼽을 수 있다. ‘리얼리즘의 승리’가 구현된 작품은 발자끄의 『인간희극』이 대표적이다. 나는 그동안 너무 어리석었다. 내가 찾던 『인간희극』은 현실에 존재할 수 없었다. 『인간희극』(comedie humaine)은 발자끄가 평생 써나간 50여편 작품의 총칭이었다. 위에 열거한 작품들이 바로 『인간희극』의 부품이었다.

400여 쪽에 가까운 4권의 책읽기는 많은 시간과 맑은 정신을 요했다. 이제 4권의 책을 박스에 담아 책장 한 구석에 고이 모셔야겠다. 영국박물관 도서관하면 카를 마르크스가 고픈 배를 움켜쥐고 『자본론』을 써내려간 장소로 유명했다. 방대한 지식의 보고를 거쳐 간 또 하나의 인물과 저작은 아르놀트 하우저(1892 ~ 1978)의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였다. 표지그림은 빠블로 삐까소의 1927년작 발자끄의 『알려지지 않은 걸작』의 삽화 「화가와 모델」과 뚤루스 로트레크의 1894년작 「스타킹을 신는 여자」의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