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지은이 :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옮긴이 : 박은정
펴낸곳 : 문학동네
레닌그라드 봉쇄(1941. 9. 8 ~ 1944. 1. 27)는 872일 동안 지속되었다. 나치의 봉쇄로 도시의 100만 명이 넘는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겨울은 끔찍하게 추웠다. 식품 공급이 모조리 끊기고 포탄이 날아다니는 거리에서 사람들은 입에 넣을 수 있는 것이면 고양이, 개, 쥐, 쓰레기, 끝내 사람까지 먹었다. 사람들은 굶주리고 헐벗고 병들어 죽었다.
스탈린그라드 전투(1942. 8. 21 ~ 1943. 2. 2)는 제2차 세계 대전의 가장 중요한 전환점으로 인간사에서 가장 참혹한 전투로 기록되었다. 소련 승리의 대가는 비쌌다. 도시가 완전히 파괴되고 100만 명의 병사와 시민이 죽었다. 코카서스 유전 지대로 통하는 전략적 요충지 스탈린그라드를 탐낸 독일은 33만 명의 훈련된 병력과 75개 사단을 무장시킬 수 있는 장비를 잃었다. 전투의 승패는 전쟁의 판세를 갈랐다. 연합국은 수세에서 공세로 돌아섰다.
오늘날 젊은 세대는 제2차 세계대전을 미국이 히틀러 독일을 꺽은 것으로 단순하게 생각했다. 소련은 승리의 대가로 4년이라는 전쟁기간 동안 2천만명의 목숨을 바쳤다. 그중 백만명 이상의 소련 여성들이 전선에 투입되었고, 그 만큼의 여성들이 빨치산이나 지하공작원으로 저항했다.
보병 / 통신병 / 자동소총병 / 고사포 중사 / 통신분대 지휘관 / 외과의 / 무선병 / 경비행기 조종사 / 공병소대 소대장 / 저격군단대대 통신대장 / 저격병 / 위생사관 / 정찰병 / 전투기 조종사 / 보병중대 위생사관 / 고사포 병사 / 무기제조병 / 의사보조 / 해병중대 지휘관 / 고사포 지휘관 / 빨치산 병사 / 간호병 / 기관총 사수 / 지하공작원 / 사병, 사수 / 빨치산 간호병
챕터 「군인이 필요하다는 거야··· 아직은 더 예쁘고 싶었는데···」의 인터뷰 여군의 보직이다. 40여년이 흐르고 작가는 참전한 여성 200여명의 목소리와 고독과 공포와 울음을 녹음했다.10대 소녀들까지 전쟁에 내몰린 그녀들은 남자와 똑같이 기관단총을 쏘고, 수류탄을 투척하고, 탱크를 몰고, 심지어 전투기를 조종하고, 지하공작원으로 적의 한가운데 침투해 정보를 캤다. 책은 여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전쟁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냈다. - ‘여자’가 겪고, ‘여자’가 목격한, ‘여자’의 목소리로 들려준 ‘여자’의 전쟁 - 이었다.
육중한 몸집의 아름다운 빨치산 여인의 이야기가 오래 귓전을 울렸다. 은신처가 독일군에게 발각되어 숲의 늪지대로 숨어들었다. 독일군 추격대를 피해 목까지 늪에 잠겨 있었다. 여자 통신병의 출산한 지 얼마 안 된 젖먹이가 보채며 칭얼거렸다. 독일군의 수색견이 코앞이었다. 빨치산 서른 명의 목숨이 아이 울음소리에 달렸다. 누구도 아이 엄마에게 지휘관의 명령을 차마 못 전하고 주저했다. 그녀는 아이를 감싼 포대기를 물 속에 담그더니 한참을 그대로 있었다. 일행 누구도 눈을 들어 아기 엄마를 마주 대하지 못하고, 서로의 얼굴도 바라볼 수 없었다. 마지막은 김종삼의 「민간인」 전문이다.
1947년 봄 / 심야 / 황해도 해주의 바다 / 이남과 이북의 경계선 용당포
사공은 조심조심 노를 저어가고 있었다. 울음을 터뜨린 한 嬰兒를 삼킨 곳. / 스물 몇 해나 지나서도 누구나 그 수심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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