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나는 한국인이 아니다

대빈창 2016. 12. 12. 05:38

 

 

책이름 : 나는 한국인이 아니다

지은이 : 송경동

펴낸곳 : 창비

 

시집은 ‘끊임없이 무한증식해가는 이윤이라는 자본이라는 권력이라는 저 거대한 욕망의 덩어리’「아직은 말을 할 수 있는 나에게」인 대한민국에서 ‘내가 죽어서라도 세상이 바뀌면 좋겠다며 내어줄 것이라고는 그것밖에 남지 않았다는 듯 노동자들이 목숨을 놓’「고귀한 유산」는 것을  ‘피눈물 없이는 바라볼 수 없는’「허공클럽」 한국 노동운동 탄압사(彈壓史)다.

 

차광호 / 이창근 / 김진숙 / 박정규 / 김태환 / 하중근 / 전용철 / 홍덕표 / 문기주 / 한상균 / 복기성 / 최병승 / 천의봉 /홍종인 / 정홍근 / 김재주 / 명숙 / 김소연 / 인봉이 형 / 경규 형 / 보열이 형 / 문재훈 / 최강서 / 송국현 / 박창수 / 김경숙 / 진기승 / 최종범 / 문송면

 

시집에 나오는 폭압적인 자본과 국가권력에 죽임을 당하거나 투옥된 사람들의 실명(實名)이다. 21세기 대한민국은 죽음이 일상화된 시대다. 오늘도 44명이 스스로 목숨 줄을 놓았다. 헬조선의 사회적 타살. 민중의 분노는 12월 9일 국회의 대통령 탄핵 가결로 비등점을 찍었다. 대통령은 피의자 신분이 되었다. 촛불은 거대한 민주주의 훈련소다. 헌법의 제1조 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촛불은 더욱 타오를 것이다. 작은 승리를 맛본 민중은 큰 승리를 쟁취하기 위해 어깨를 겯을 것이다. 탄핵은 이제 시작이다. 헌재의 탄핵 인용이 기다리고 있다. 깨어있는 자만이 민주주의 국가공동체를 운영할 수 있다.

「뒷마당」, 「그리운 하루」, 「국보」, 「스모키 마운틴」의 공간적 배경은 전북 남원 만행산 중턱의 귀정사다. 귀정사는 사회연대 인드라망 쉼터다. 쉼터지기 중묵처사는 말했다. “겨울에는 춥고 눈이 쌓이면 고립되는 작은 공간이지만 노동운동에 지친 분들이 친구 집이라 생각하고 편히 쉬다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평택 대추리 미군기지 이전, 기륭전자·콜트 - 콜텍· 평택 쌍용자동차, 용산 참사, 제주 강정 해군기지, 밀양 송전탑, 진도 팽목항······ 올곧게 투쟁 현장을 지키던 시인은 2006년 겨울 귀정사에 아픈 몸을 뉘었다. 쉼터의 1호 손님이었다.

화염병과 최루탄이 거리를 난무하던 80년대 말. 나는 노동해방 시집으로 시인 박노해, 백무산, 박영근을 찾았다. 30년의 세월이 흐르고 선택의 폭은 좁아졌다. 세 번째 시집은 7년 만에 선보였다. 리뷰를 마치고 시집을 책장 제 자리에 찾아 주었다. 『꿀잠』(시집, 2006년, 삶이보이는 창) / 『사소한 물음들에 답함』(시집, 2009년, 창비) / 『꿈꾸는 자 잡혀간다』(산문집, 2011년, 실천문학사) / 『나는 한국인이 아니다』(시집, 2016년, 창비). 인드라망 쉼터 1호가 산중에 자리 잡았다면, 쉼터 2호가 외딴 섬에 들어오는 것은 어떨까. 지친 활동가들의 귓전에 파도소리를 들려주고 싶다. 요즘 나의 작은 고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