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스무 편의 사랑의 시와 한 편의 절망의 노래
지은이 : 파블로 네루다
옮긴이 : 정현종
펴낸곳 : 민음사
1971년 노벨상 문학상 수상자인 파블로 네루다(Pablo Neruda, 1904 ~ 1973)는 시인이 아닌 혁명가로 먼저 다가왔다. 네루다를 민중주의자로 이끈 것은 스페인 내전의 프랑코 파시즘의 광기였다. 칠레 북부의 초석 광산 노동자들과의 만남은 현실주의자 시인을 코뮤니스트로 탈바꿈시켰다. 1945년 4월 네루다는 광산 지역 타라파카 - 안트파가스타의 상원의원으로 당선되었다. 시인은 노동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고, 그해 7월 칠레 공산당에 가입했다.
1970년 칠레의 사회주의 연합정당 인민연합 후보 살바도르 아옌데(1908 ~ 1973)는 세계 최초로 선거를 통해 사회주의 정권을 수립했다. 인민연합의 한 축인 공산당의 네루다는 아옌데의 절친한 친구였다. 인민연합 정부는 구리산업 국유화, 토지개혁 등 광범위한 개혁정책을 폈다. 라틴아메리카에서 사회주의를 막으려는 미국은 칠레에서 제국주의 민낯을 드러냈다. CIA의 사주를 받은 수도경비사령관 피노체트의 전투헬기까지 동원한 쿠데타에 아옌데와 사회주의 정권은 무너졌다. 모네다궁(대통령궁)을 사수하던 아옌데는 AK-47 소총으로 자살했다. 12일 후 당시 69세의 네루다는 불귀의 객이 되고 말았다. 네루다가 출국을 불과 24시간을 앞두고 사망해 피노체트의 암살설이 끊이지 않았다.
시집은 21편의 시와 시인 정현종의 해설 「젊은 날의 초상」과 시인의 일상 모습을 담은 사진 4점, 그리고 작가연보로 구성되었다.
나긋나긋한 황갈색 여자, 과일을 만들고 / 곡식들을 살찌게 하며 해조류를 구불거리게 하는 태양이 / 네 몸을 기쁨으로 채웠다, 그리고 네 빛나는 눈을 / 또 물의 웃음을 갖고 있는 네 잎을.
(······)
그럼에도 내 음울한 가슴은 너를 찾고 / 네 기쁨에 찬 몸을 사랑한다, 네 가냘프고 흐르는 목소리도. / 검은 나비, 달고 격정적인 - 마치 / 밀밭과 태양, 양귀비와 물처럼.
「나긋나긋한 황갈색 여자」(41쪽)의 1연과 4연이다. ‘젊은 시절의 욕망의 혼돈, 성욕의 충동에 따른 즐거움과 괴로움, 사귐과 고독, 만남과 헤어짐 따위가 감정의 소용돌이’(52 ~ 53쪽)로 넘치는 시편들은 시인의 나이 열아홉 살 때 작품이었다. 약관의 나이로 쓴 시들은 라틴아메리카 전역에 시인의 이름을 알렸다. 표지 사진은 시인의 대학시절이다. 시집의 시편들을 읊었던 시절과 그리 멀지 않은 젊은 시절 모습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