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발언 Ⅰ· Ⅱ
지은이 : 김종철
펴낸곳 : 녹색평론사
미국산 쇠고기 수입 / 촛불집회 / 한미 FTA / 서울시교육감선거 / 비정규직 / 공장형 축산 / 경제공황 / 쌀소득보전직불금 / 종합부동산세재 / 4대강 사업 / 용산 참사 / 지역화폐 / 도롱뇽소송 / 신자유주의 / 구조조정 / 민영화 / 비폭력 저항 / 주민소환제 / 국민투표제 / 식량대란 / 천안함 사건 / 대운하 / 지역공동체 / 체르노빌 / 후쿠시마 / 추첨민주주의 / 경주방폐장 / 기본소득제 / 녹색당 / 비례대표제 / 경제민주화 / 사회안전망 / 세월호 참사 / 전교조 / 삼척주민투표 / 메르스 / 그리스 시리자(좌파연합정부) / 자본론 / 영덕주민투표 / 역사교과서 국정화 / 헬조선
대한민국의 녹색 담론을 이끄는 격월간 『녹색평론』의 발행·편집인 김종철의 책들이 책장에 나란하다. 『간디의 물레』(1999년), 『땅의 옹호』(2008년), 『발언 Ⅰ, Ⅱ』(2015년)은 에세이집, 평론집, 칼럼집이라는 꼬리표를 달았다. 글은 새로운 사회에 대한 비판적 상상력을 호소하는 의미에서 형식은 달라도 본질은 같았다. 『발언 Ⅰ』(2008. 5 ~ 2012. 8)과 『발언 Ⅱ』(2012. 9. 2015. 12)은 신문과 잡지에 발표한 글들을 모아서 엮어 펴냈다. 위에 열거한 용어는 두 권 책의 중심 키워드다. 이 땅의 올바른 영혼을 간직한 사람이라면 지난 10여 년간 뇌세포 한 구석을 점령당했을 것이다. “자연과 사회적 약자를 끊임없이 파괴하고 희생시키지 않고는 한순간도 지탱할 수 없는 이 비인간적인 시스템을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이 시대의 가장 절박한 과제로 지식인의 대사회적 발언은 책임이자 운명이라고 저자는 강조했다.
“인류 역사상 지금처럼 어리석고 파괴적인 시대가 없었다.”고 미국의 농부 작가 웬델 베리는 말했다. 21세기 인류사회는 전대미문의 위기에 봉착했다. 기후변화, 환경위기, 석유·물·지하자원 부족, 막대한 대기·수질·토지의 오염, 농경지 사막화, 글로벌 금융위기, 빈부의 양극화, 전쟁·환경 난민의 급속한 증가, 실업률·범죄율 급증 등. 현대 인류의 산업문명은 재생불가능한 자원과 에너지를 끊임없이 확대 소비하여 욕망충족에 골몰하는 근시안적인 문명이었다. 국제문제 전문가 조시 케넌(1904 ~ 2005)는 이렇게 말했다. “세계 인구의 6.3%를 점하는 미국은 미국식 생활을 위해서 세계의 부 50%를 필요로 한다. 미국이 윤리적인 외교를 추구한다는 것은 매우 순진한 생각”이라고.
영어의 ‘이디어트(idiot)'는 바보 혹은 백치라는 뜻으로 그리스말 ‘이디오테스’에서 유래했다. 이는 ‘공공의 문제에 관심이 없어 오직 사사로운 문제에만 관심을 갖는 사람’을 뜻했다. 이 땅 사람들은 어리석음의 극치에 매몰되었다. ‘경제성장’이라는 명분 앞에 역사도 문화도 전통도 헌신짝처럼 내던졌다. 영혼이 사라져 돈벌레만 득시글거리는 나라가 되었다. 반핵운동에 평생을 받친 시민과학자 다카기 진자부로(1938 ~ 2000)는 원전을 한마디로 “화장실 없는 맨션아파트”라고 불렀다. 6년 전 후쿠시마 핵발전소가 폭발했다. 원전기술 세계제일을 자랑하던 일본 정부는 속수무책이다. 뿜어져 나오는 방사능 유출로 태평양이 죽음의 바다로 변해 가고 있다.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의 연구결과는 절망적이었다. “2050년 북반구 전역이 완전히 거주 불가능한 땅으로 변해 버린다.” 한국은 노후화된 원전 폐기는 고사하고 연장가동을 승인했다.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겠다고 호언장담했다. 삼척과 영덕의 원전건설 반대 주민투표 결과에 아랑곳않고 국가폭력을 앞세워 새로운 핵발전소 건설에 광분하는 나라. 나의 조국은 국가가 괴물이라는 명제를 여실히 증명했다. 가난하고 약한 자에게 대한민국은 지옥이었다. 말그대로 헬조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