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섬 살이

대빈창 2017. 3. 27. 03:24

 

 

책이름 : 섬 살이

지은이 : 김준

펴낸곳 : 도서출판 가지

 

나의 책장에 ‘섬 박사’ 김준의 책이 네 권 있다. 『바다맛 기행 1·2』은 아직 펼치지 못했다. 『김준의 갯벌 이야기』가 먼저 손을 탔고, 이 책은 두 번째다. 저자 김준은 26년째 전국의 섬을 제 집처럼 드나들며 1년에 40여일을 섬에서 산다. 책은 섬 살이 인문학으로 섬 문화를 결정짓는 5가지 키워드 사람 - 살림 - 일 - 삼시세끼 - 풍습에 135꼭지가 나뉘어 실렸다. 직접 찍은 사진 300여장이 눈길을 끌었다. 책을 읽다 새롭게 알게 된 3가지 사실에 고개를 주억거렸다.

‘세계중요농업유산시스템’(Globally Important Agricultural Heritage Systems, GIAHS)은 어떤 국가 또는 지역의 사회나 환경에 적응하면서 몇 세기에 걸쳐 발달하고 형성되어 온 농업적 토지 이용, 전통적인 농업과 관련하여 육성된 문화·경관·생물다양성이 풍부한 세계적으로 중요한 지역을 차세대에게 계승하는 것을 목적으로 2002년에 식량 농업 기구 주관으로 창설한 제도다. 우리나라는 청산도의 구들장 논 - 논바닥에 돌을 구들처럼 깔고 흙을 부어 만든 논 - 이 선정되었다. 울진 금강송, 하동 녹차가 현재 등재를 추진 중이다.

‘국가중요어업유산’은 오랜 기간 동안 형성·진화시켜 온 보전·유지 및 전승할 만한 가치가 있는 유·무형의 자원으로 생계유지를 위한 어업활동이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곳을 말한다. 제1호 제주해녀어업, 제2호 보성뻘배어업, 제3호 남해 죽방렴어업. 제4호 신안갯벌천일염업이 지정되었다. ‘맛의 방주’는 사라져가는 지역의 음식문화를 발굴하고 널리 알려 보존하기 위해 슬로푸드국제본부가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로 가로림만 어장에서 잡아 담근 곤쟁이젓이 등재되었다.

“바다가 잠든 어둠을 뚫고 산 너머에서 해가 떠오른다. 어부는 바다가 깨어나기 전에 일어나서 바다로 간다. 그의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어부의 아침」 中에서, 36쪽) 나와 같은 섬에 사는 딸만 셋을 둔 젊은 어부는 아버지와 장인을 모두 바다에서 잃었다. 처가댁은 엎어지면 코 닿을자리 가까운 옆 섬이다. 젊은 어부는 오늘 새벽에도 여지없이 장인이 몰던 목선을 몰고 바다로 나갔다. 그는 매일 뱃바닥 칠성판에 엉버티고 서 굵은 힘줄을 종아리에 그렸다. 〈섬학교〉 교장 시인 강제윤은 『당신에게, 섬』에서 섬사람들이 죽음을 대하는 자세를 이렇게 말했다.

“섬사람이 본래 무정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섬사람들에게는 죽음도 일상인 까닭이다. 죽음을 가볍게 여기는 것이 아니다. 죽음에 담박한 것이다. 생사불이(生死不二)를 늘 목전에서 보고 사는 삶. 삶의 터전이며 생명의 밭이기도 한 바다가 언제든 죽음의 수렁이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