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응달 너구리
지은이 : 이시백
펴낸곳 : 한겨레출판
「잔설殘雪」 - 유기농업인과 자율방범대장이 맞붙은 시골마을 이장 선거. 유기농 아들을 둔 지리산빨치산토벌대 출신 영감의 빨갱이 이데올로기에 대한 강박관념.
「흙에 살리라」 - 작가의 트레이드마크인 대중가요를 매개로 쓴 작품. 세종시로 인한 땅값 상승으로 네 남매의 유산 다툼.
「백중百中」 - 부부동반 친목계 백중날 골짜기 물놀이 소풍. 구제역으로 묻힌 돼지무덤에서 흘러 나온 침출수를 소독하는 축산농 늙은이와 친목계의 실랑이.
「응달 너구리」 - 퇴직 외교관 출신이 귀촌하여 집터를 구하면서 어수룩해 보이는 시골 원주민에게 당하는 이야기. ‘응달 너구리’는 “보기엔 영 춥구 딱혀두 그 나름으루 의뭉스럽게 살아가는 인생”(121쪽)을 뜻한다.
「개 도둑」 - 이웃 동네 저수지 낚시를 왔다 엄한 개도둑으로 몰린 인상 궂은 젊은이들의 매타작 소동.
「구사시옷생九死ㅅ生」 - 실업계고등학교 상과 고3 담임의 학생 취업 분투기를 통한 천민자본주의의 진면목.
「봄 호랑이」 - 모범축산농가 젊은 농사꾼의 치솟는 사료 값에 제초제 자살과 구제역 파동으로 소를 땅에 묻고 산속에서 보신용 개를 길러 파는 개백정 전락.
「번지 없는 주막」 - 다 쓰러져가는 금강변의 가장 오래된 번지 없는 주막의 욕쟁이 할머니와 4대강 사업에 놀아나는 허무맹랑한 지방자치단체의 문화사업.
「맨드라미 필 무렵」 - 조류독감 파동으로 양계장을 폐농한 삼수갑산에서 월남한 치매노모의 아들과 마을 유지(전·현직 이장) 친목회의 갈등.
「저승밥」 - 이현상 부대 빨치산출신 40년 장기수의 지리산 외딴 움막과 이를 강제퇴거하려는 이장의 압력. 토벌대에 쫒기다 바위너설 틈새 비트에서 얼어 죽은 빨치산의 입 속 굳은 저승밥을 허기에 못 이겨 쌀알을 긁어내어 씹는 빨치산.
「열사식당烈士食堂」 - 남양주 마석 모란공원으로 짐작되는 열사들이 묻힌 공원묘지 초입의 닭곰탕전문집 민주식당과 문둥이가 묘역 인근에 새로 낸 열사식당의 추모제 인파 끌기 실랑이.
연평도 포격 / 4대강 사업 / 유기견 / 대형마트 골목상권 침범 / 구제역 / 귀농 귀촌 / 종북좌파 / 천안함 침몰 / 새마을운동 / 군의원 ·농협장선거 / 조류독감 / 한국전쟁 부역자 / 한진중공업 크레인 농성
11편의 단편소설을 이끌어가는 키워드다. 말미는 문학평론가의 해설대신 소설가 정아은과의 대담 「리얼리스트로서의 글쓰기, 그리고 농촌에서 살아가는 작가의 몫」이 차지했다. 소설집은 농촌소설이 다수지만 정치색(?)이 짙었다. 작가의 작은 아버지는 농촌에서 상경해 평생을 아파트 경비 같은 일을 하면서 이건희 구속 뉴스에 탄식을 쏟아냈다. 이에 작가는 문학적 관심을 “왜 없는 사람, 가난한 사람들이 있는 사람을 지지하는가?”에 쏟게 되었다. 계급 배반은 시골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지지하기 보다는 자신이 욕망하는 것을 지지”하는데 있었다. 박근혜탄핵 반대를 외치러 교회버스를 타고 서울에 올라 온 시골 노인네들의 상경기가 말해주고 있지 않은가.
내가 알기로 작가는 농촌에 살면서 농업·농민 이야기를 천명으로 알고 살아가는 한국 문단의 유이(有二)한 작가였다. 또 한 명의 작가는 『미궁의 눈』, 『사라진 노래』의 충주에서 복숭아 농사를 짓는 농부작가 최용탁이다. 이 땅의 농민문학은 『우리 동네』, 『내 몸은 너무 오래 서 있거나 걸어왔다』의 명천 이문구에서 정점을 찍었다. 이후 『매향』의 전성태와 『모내기 블루스』의 김종광이 명맥을 이었으나 그마저 시들해졌다. 얼치기 생태주의자로서 이시백과 최용탁의 소설을 탐닉하는 사정이 여기였다. 작가는 10여년 전 입시교육에 환멸을 느껴 교사직을 내치고 전업작가가 되었다. 작가는 경기 남양주 철마산(787m) 자락의 산중 광대울에 소박한 외딴집을 짖고 농사지으며 글을 쓴다. 말그대로 주경야독(晝耕夜讀)이었다. 작가의 삶을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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