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월송리 김 교수의 고향 만들기
지은이 : 김재환
펴낸곳 : 녹색평론사
책 도입부의 지도를 보고 한림대학교가 춘천시 소재라는 것을 알았다. 강원대학교와 춘천교대는 알고 있었지만 한림성심대학교까지 대학이 4개나 되었다. 춘천은 ‘호반의 도시’라는 기존의 닉네임에다 ‘교육의 도시’라는 명예를 더 드려도 되겠다. 저자는 한림대학교 교수로 50대 중반에 춘천시 인근에 땅을 사 농사에 뛰어 들었다. 지도를 보면 춘천시를 동면 지내리는 동북, 신동면 팔미리는 서남, 서면 월송리는 서북에서 에워쌓았다. 저자가 농토를 구입해 직접 경작한 세 곳의 시골마을이었다.
책은 여느 귀농·귀촌 에세이와는 차원이 틀렸다.1부 지내리 시절 - 10장. 2부 팔미리 시절 - 10장. 3부 월송리 시절 - 40장으로 구성된 책은 짤막한 글에 쉽고 명료한 언어로 읽기에 아주 편했다. 터 잡을 땅을 물색하고 매입하고 농사를 짓고 집을 짓고 이웃과 정을 나누는 과정이 꼼꼼하게 기록되어 재미있게 읽혔다. 땅을 구하고 집을 짓는 과정의 에피소드는 공인중개사에 속아 맹지 구입, 건축허가(경계측량·분할측량), 교량설치(관공서 허가 절차)의 까다로움, 주택시공업체 찾기, 인정작업이라는 부동산 업계의 농간, 준공검사, 창고 용도변경, 상수도 끌어들이기, 정자·원두막·비닐하우스 건립 등 좌충우돌을 겪으며 익혀 나갈 수밖에 없었다.
농사를 짓는 과정의 어려움으로 들쥐의 옥수수·참외 서리, 콩 순지르기와 과번무, 고추의 탄저병·담배나방 애벌레와 고추 말리기, 조경수 소나무 식재, 배추농사 김장담그기, 메주·된장·간장 직접 제조, 영농 교본의 지역편차 무시 등 작물 파종과 정식시기를 몸으로 배워나갔다. 농기계 조작과 이웃과 더불어 부대끼며 사는 문제로 이웃집의 측량 몽니, 토지사용승낙서, 노인회 결성·관광여행. 관리기(구굴기, 휴립기, 비닐피복기, 쟁기), 예초기, 분무기, 잔디깍기를 다루며 저자는 아무도 못 말릴 기계치임을 실감했다.
정겨운 개울에 필이 꽂힌 동료 교수의 애절함을 못 이겨 치명적 약점 투성이 맹지를 계약하고, 공사장에서 발판으로 쓰는 비계(飛階)로 다리를 놓아 농사를 시작하는 저자의 신동면 팔미리 시절을 읽어나가다, 10년 전 주문도 느리마을 언덕집을 조급한 마음에 계약하는 나를 떠올렸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김포 구옥(舊屋)에 혼자 계시는 어머니가 눈에 밟혔다. 나의 욕심을 돋은 것은 멀리 석모도 보문사가 앉은 낙가산이 정면으로 보이고, 거대한 호수처럼 들어앉은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조망이었다. 나의 조급증은 외딴 섬의 땅값만 올려놓았다는 눈총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한 두 해 이웃이 될 분들과 교류를 쌓은 다음 조언을 구하고 집을 구하는 것이 도리였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어리숙하기 짝이 없던 나는 어엿한 섬 주민으로 대접(?)받으며 그런대로 잘 살아가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저자는 귀농의 모범케이스였다. 월송3리 엄광용 마을이장이 술자리에서 김 교수에게 한 칭찬이다.
“아니에요. 교수님은 우리들과 참 잘 어울려주세유.우리가 교수님에게로 올라갈 수는 없잖아유. 교수님이 우리에게로 내려와야지. 그런데 교수님은 우리에게로 내려와 주셨시유.”(20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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