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배추흰나비를 보았습니다

대빈창 2017. 4. 24. 07:00

 

책이름 : 배추흰나비를 보았습니다

지은이 : 이선관

펴낸곳 : 답게

 

『그 곳에선 나 혼자만 이상한 사람이었다』의 실화소설 여의사 말로 모간 / 전교조 고승하 선생 부인 김명숙씨 / 검은 민들레 박길래·수은중독 문송면·원진레이온 직업병 구기일 선생 / 시인 정지용 / 만화가 박홍렬 / 『작은 것들의 신』 인도 작가 아룬다티 로이 / 상록수 심훈 / 미전향 장기수 양희철·처녀 약사 김용심씨 / 프랑스 참여시인 품 앨리아르·시인 김지하 / 위안부 출신 황금주 할머니·정대협 김윤옥 대표 / 시인 김규동 / 인애원 조수옥 원장 / 평론가 김병걸 / 이현주 목사 / 방인영 시인 / 친일파 반민주 시인 미당 서정주 / 『즐거운 사라』 마광수·『내게 거짓말을 해봐』 장정일

 

시편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면면을 보면 눈치 빠른 독자는 쉽게 알 수 있다. 시인의 노래는 통일과 환경, 생태, 문명비판시라는 것을. 민족시인 이선관은 문단에서 ‘마산의 시인’으로 불리었다. 시인은 1942년 경남 마산에서 태어나, 육십네 해 동안 마산을 떠나지 않았다. 69년 첫 시집 『기형의 노래』를 상재한 이래 2005년 겨울 숙환으로 별세할 때까지 12권의 시집을 남겼다.  1971년 《씨알의 소리》 10호에 발표한 등단작 「애국자」는 박정희 군사독재정권을 비꼬았다.

시집은 4부에 나뉘어 79편이 실렸고, 발문은 시인 도종환의 「단순성의 미학」이다. 연작시가 시집의 많은 분량을 차지했다. 「체르노빌」 6편, 「제목 없음이 미안하네요」 2편, 「이야기」2편, 「두 번째 이산가족 만남의 자리에서」 2편, 「발견」 9편 등. 시편들은 ‘불의와 반생명, 죽음의 문화와 친자본적 삶에 대한 저항’이 주조를 이루었다. 녹색평론 발행인·편집인인 김종철 문학평론가는 시인을 이렇게 평했다. “이선관의 언어는 투박하고 촌스러워 보여도 이상스럽게도 거기에는 사람의 마음을 끄는 힘이 있다.” 재생지를 사용해 책술이 누렇다. 현재호 화가의 표지그림이 인상적이다. 분명 배추흰나비인데 날개를 펼친 몸뚱이가 사람이었다. 마지막은 표제시 「배추흰나비를 보았습니다」(29쪽)의 전문이다.

 

이천년 사월 십오일 봄의 중심에 왔군요 / 이날 오후 텔레비전에 나오는 / 뉴스 시간이 끝난 후 / 다음 프로가 나가기 전 틈새에 자막이 나오는데 / 거기에서 나는 배추흰나비를 보았습니다 / 이삼년 전만 하더라도 / 이 고장 변두리로 조금만 나가면 흔하게 볼 수 있는 / 그 배추흰나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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