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빈창을 아시는가

대선 전날 카네이션을 보며

대빈창 2017. 5. 8. 07:00

 

 

대선 : 백기완 - 권영길 - 문재인 - 심상정

총선 : 민중당 - 민주노동당 - 통합진보당 - 정의당

 

87년 국민대항쟁 이후 어머니와 제가 지지한 대선후보와 총선 후보의 정당입니다. 글을 모르시는 어머니는 대학물을 먹은 막내아들의 정치 성향을 따라 투표를 하셨습니다. 30년 동안 단 한 명의 당선자도 보지 못했다는 말과 같습니다. 저는 386세대입니다. 가장 근접한 선거가 지난 18대 대선입니다. 진보정당 후보의 사퇴로 문재인 후보에게 표를 던졌지만 안타깝게 석패했습니다. 박근혜의 국정농단을 징치한 촛불 혁명은 탄핵을 끌어냈고, 조기 대선이 내일입니다.

 

“꼬부랑 할머니랑 아랫집 할머니가 마실 오셨는데, 1번 찍는다고 하더라. 매달 나오는 연금을 30만원으로 올려 준다고 했대.

 

어머니의 눈길이 빛나고 있었습니다. 저는 둔탁한 망치로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느낌이었습니다. 구순(九旬)을 바라보는 낙도오지의 노인네들이 저의 관념성을 부끄럽게 만들었습니다. 어머니와 함께 사전투표장으로 향했습니다. 당신의 생에서 대통령을 뽑는 마지막 선거가 될지 모를 19대 대선에서 어머니는 자신이 생각한 후보에게 처음 표를 던졌습니다. 만면에 웃음꽃을 피우고 개표방송을 보며 박수를 치시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주말 외출했다 돌아오는 길에 생활용품전문점 꼬끼오에 들렀습니다. 카네이션 화분 가격이 착합니다. 요즘 카네이션을 달아 드리는 풍습이 사라지고 있다고 합니다. 현금이나 부모님이 필요로 하시는 물품을 사 드리는 실용적 위주로 바뀌었습니다. 카네이션 원종은 2,000년 전부터 재배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의 카네이션은 19세기에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 발전했습니다. 동양에서 자라는 패랭이꽃과 교잡종을 만들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1925년경에 도입되었습니다. 1907년 필라델피아의 애너 자비스가 분홍 카네이션을 어머니 날의 상징으로 삼았습니다. 붉은 색 카네이션의 꽃말은 '당신의 사랑을 믿습니다', '건강을 비는 사랑' 입니다. 어머니는 두 달여 꽃봉오리가 모두 필 때까지 칙칙이로 물을 주시겠지요. 꽃이 시들면 뒤울안 계단식 화단에 옮겨 심으시겠지요. 어머니는 green-thumb(그린-섬, 식물 재배의 재능)이 있으셨습니다.

올해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1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아버지가 잠드신 모과나무가 유다르게 꽃을 많이 달았습니다. 지난해 연말 일찍 세상을 떠나 당신 곁 매화나무에 잠든 고명딸을 보며 아버지는 눈가가 젖으셨겠지요. 눈물방울이 작은 분홍꽃으로 현현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어머니는 죽은 남편과 막내딸의 보호를 받으며 텃밭을 가꾸시겠지요. 모과나무와 매화나무 주변은 뱀이 싫어하는 봉숭아꽃이 만발하겠지요. 어머니는 또 눈물지으시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