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어의 회 맛을 표현하는 ‘겨울엔 천국, 여름엔 지옥의 맛’이라는 말은 그럴듯 합니다. 숭어는 추운 계절에 회 맛이 뛰어난 바닷고기입니다. 숭어회 맛은 복숭아꽃이 필 때 절정에 달합니다. 날이 더워지기 시작하면 숭어회는 물러지고 물이 흘러 식감이 떨어집니다. 초보 딱지를 뗀 회 맛을 안다는 이도 헤매는 물고기가 숭어입니다. 우리나라의 숭어는 두 종류가 있습니다. 숭어는 눈이 검고 날렵한 제비꼬리를 갖고 있습니다. 가숭어는 눈이 노랗고 일자에 가까운 꼬리를 갖고 있습니다. 경기와 남도에서 두 바닷고기를 부르는 명칭이 반대입니다. 경기의 숭어는 남도에서 가숭어로, 남도의 숭어는 경기에서 가숭어로 불립니다.
제가 사는 서도(西島) 군도(群島)에서 숭어는 가숭어로 원지라 불립니다. 원지는 등줄기가 시커멓고 살에 기름기가 많습니다. 복숭아꽃이 피면서 열매가 새끼손톱만큼 자랄 시기, 뻘그물(건간망)은 원지 천지입니다. 물때에 맞추어 그물을 턴 어부의 경운기 적재함의 바닷물 담긴 함지박에 원지가 출렁거립니다. 녀석들은 덩치도 어른 팔뚝만합니다. 어부들 말을 빌리자면 돈이 안 되는 고기입니다. 가격이 헐어 뭍의 수산물 도매상에 낼 수 없습니다. 어부들은 일일이 손질합니다.
원지의 대가리를 자르고 칼집을 등에 넣습니다. 꼬리지느러미는 그대로 둔 채 내장을 제거합니다. 워낙 살점이 두툼해 배를 가르면 한 면에 몰린 살덩어리로 말리는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굵은 소금으로 간을 해 하루를 재웁니다. 한국의 음식은 짠맛을 어느 정도 냈는가를 기준으로 맛의 정도를 가늠합니다. 바닷고기를 꾸득꾸득 말려 찬으로 만들려면 알맞게 간을 맞추어야 합니다. ‘간’은 음식에 짠맛을 주는 소금, 간장을 가리킵니다. 무거운 돌로 지질러놓은 덮개는 필수입니다. 비린내에 민감한 도둑고양이가 냄새를 맡고 기회를 노립니다. 슬라브 옥상 빨레줄 기둥에 매답니다. 높을수록 좋습니다. 극성스런 도둑고양이는 점핑하여 고기가 담긴 그물망에 매달립니다. 아차도에서 잡은 위 이미지가 모범답안입니다. 간이 배인 원지를 그물망에 널어 높이 매달았습니다. 쇠파리도 얼씬할 수 없습니다. 간이 배인 바닷고기를 건조하는 과정에서 가장 골칫거리가 파리가 쉬를 쓰는 것입니다. 마지막은 요리하는 시인 김옥종의 「건정」입니다.
나도 한 번씩은 쪼매 피가 흐르더라도
가슴을 열어
겨울 쪽볕에 한나절은 말리고 싶다
졸여낸 것은 생선이나 사람이나
깊어지는 건 매한가지 아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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