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빈창을 아시는가

귀토야생기(歸兎野生記) - 14

대빈창 2017. 6. 15. 07:00

 

 

 

왼쪽 이미지가 토진이가 사는 터에 이르는 제방 진입로입니다. 느리 선착장에서 강화도를 하루 두 번 오가는 카페리에서 내립니다. 서도면사무소, 보건지소, 파출소가 자리 잡은 느리 마을입니다. 바다를 보며 일렬로 늘어 선 선창 집들을 지나 하얀쪽배 펜션을 오른편에 끼고 100여m 걷다 다시 우회전하면 야트막한 고개가 나타납니다. 고개를 내려서면 다랑구지 들녘입니다. 들녘 가운데 농로를 타고 걸어 들어가면 멀리 해송 숲이 눈에 들어옵니다. 오른쪽은 다랑구지를 바라보는 대빈창 마을집들이 일렬로 늘어섰고, 왼쪽은 낮은 구릉이 바다를 가렸습니다. 만조시 고개마루에 올라서면 서해의 수평선을 볼 수 있습니다. 식재 된 해당화 군락지를 지나면 화장실, 수돗가, 쓰레기장이 설치된 대빈창 해변 야영장입니다. 폭이 좁고 긴 해송 숲이 좌우로 늘어섰습니다.

해변에 닿으면 좌우로 0.5㎞ 시멘트 제방이 이어집니다. 오른편으로 가면 구라탕 굴밭이고, 왼편이 위 왼쪽 이미지입니다. 제방은 돌출된 산사면에 막혔습니다. 나의 아침저녁 산책 반환점입니다. 고라니 한 마리가 제방 가운데서 머뭇거렸습니다. 모든 나무가 낙엽을 떨군 추운 계절 제방 끝에 다다르면 가끔 토진이와 고라니가 사이좋게 마른 풀을 뜯고 있었습니다. 사진에 담으려 손전화를 들면 인기척에 민감한 고라니가 벌써 가파른 산비탈을 뛰어 올랐습니다. 녀석들을 한 컷에 담을 수 없어 아쉬움만 커갔습니다. 삼태기처럼 움푹하여 아늑한 이곳은 토진이가 4년 째 생을 이어오고 있는 삶터입니다.

 

“고라니가 토진이를 잡아먹으면 어떡해.”

“에이, 고라니가 무슨 토끼를. 둘 다 풀만 뜯는 짐승이야.”

 

일찍 하늘로 떠난 누이가 저녁 밥상머리에서 묻고 내가 답했습니다. 찰 ~ 칵. 운 좋게 고라니를 이미지에 담았습니다. 토진이가 쑥을 뜯다 말고 나와 눈을 마주쳤습니다. 마을에 민박을 놓고 대빈창 갯벌에 건간망을 친 부부가 커다란 개 두 마리를 제방 끝에 매어놓고 길렀습니다. 토진이는 영리합니다. 녀석은 항상 개  근처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사나운 개 두 마리를 호위병으로 거느린 꼴입니다. 토진이가 귀엽지만 외지인들은 얼씬 할 수 없었습니다. 야생이 살아있는 섬 생태는 컹 ~ 컹 개 짓는 소리에 천적이 줄행랑을 놓을 수밖에 없습니다. 사람들이 다가서고 개가 사납게 짖으면 토진이는 가파른 산비탈을 기어 올라갑니다.

엊그제 저녁 밥상머리에서 어머니께 토돌이의 비극적 운명을 전해 들었습니다. 소식을 전해 준 이는 토진이의 호위병 개 두 마리 주인인 민박집 아주머니였습니다. 3년 전 누이는 봄이 한창일 때 집토끼 남매를 토진이의 친구로 들였습니다. 토돌이와 토순이입니다. 몸이 약한 토순이는 해를 못 넘기고 진드기의 희생양이 되었습니다. 먹성이 좋아 덩치가 컸던 토돌이는 대빈창 해변 야영장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다음해 여름 솔숲으로 사라지는 토돌이의 뒷모습을 본 것이 마지막이었습니다. 녀석은 작년 가을 대빈창 마을 사람들한데 희생 당했습니다. 천방지축인 토돌이가 대빈창 마을까지 진출하여 텃밭 김장배추를 마구 갉아먹었습니다. 녀석은 재배되는 야들야들한 배추에 입맛이 들렸습니다. 미운털이 박혔습니다.  김장 농사를 망친 토돌이는 마을사람들의 원한을 샀습니다. 이제야 녀석의 슬픈 안부를 전해 들었습니다.

'대빈창을 아시는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뒷집 새끼 고양이 - 8  (0) 2017.07.03
대빈창 진객을 이제 알아보다 - 2  (0) 2017.06.26
간이 배는 풍경  (0) 2017.06.08
해변의 지게  (0) 2017.06.05
조개골과 대빈창은 닮았다.  (0) 2017.0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