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가지 뻗은 장나무를 위는 좁고 아래는 벌어지게 나란히 세웁니다. 그 사이에 세장을 가로질러 사개를 맞추고 아래위로 질빵을 맸습니다. 100년 전 서양 사람들은 지게를 보고 경이로움에 찬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1인용 운송 수단을 격찬하였습니다. 그들은 어깨 위에 걸친 장대의 양쪽에 짐을 반으로 나누어 걸고 운반했습니다. 조선의 지게꾼은 190kg의 짐을 거뜬히 혼자 힘으로 날랐습니다. 사람이 등에 지고 위에 짐을 실어 나르는 지게는 한국 고유의 운반 기구입니다. 지게가 작대기에 기대어 바닷가 모래밭에 서 있습니다. 지게 주인은 물때를 알고 있습니다. 물때는 조금입니다. 만조의 바닷물 높이를 알고 있습니다. 바닷물이 지게를 떠메고 나갈 염려는 없습니다. 사리 물때가 돌아오면 지게는 제방에 올려지겠지요.
무인도 분지도가 흐릿합니다. 골안개가 흗어지고 있습니다. 물이 쓸면서 건간망의 말목 윗부분이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갈매기 몇 마리가 고단한 날개를 말목 위에 내렸습니다. 분지도와 지게의 중간 지점에 건간망(建干網)이 설치되었습니다. 건간망은 5m여 간격으로 2 ~ 5m의 참나무나 아까시나무로 만든 고정목을 울타리처럼 갯벌에 박습니다. 전통 고기잡이 어법으로 조석 차이가 큰 해안의 조류를 이용하여 물이 빠질 때 퇴로를 막아 고기를 잡는 어구입니다. T자형 울타리 그물에 농어, 광어, 숭어, 원지, 망둥이, 꽃게, 병어, 밴댕이, 바다가재, 낙지 등 하루 두 번 물 때 맞춰 고기를 줍습니다. 물이 빠진 게으른 어부의 그물고기는 갈매기의 만찬입니다.
어느 날 뗏마가 물결을 타고 밀려왔습니다. 섬은 물자가 귀합니다. 그물 주인은 뗏마를 닻에 매달았습니다. 어부는 뗏마를 요긴하게 쓰겠지요. 한여름 피서철. 섬의 할아버지 댁에 놀러 온 손자들의 물놀이 기구로 제격입니다. 어부가 제방에 세워 둔 트럭 적재함의 노란 박스에 허리를 기울여 지게에 얹힌 짐을 쏟아 부었습니다.
“돈 안 되는 원지만 잔뜩 들었네.”
원지는 가숭어입니다. 기름기가 많아 회거리로 인기가 없습니다. 어부는 고기를 닦달해 굵은 소금으로 간해 햇볕에 꾸덕꾸덕 말리겠지요. 더위로 밥맛 잃은 한여름 찬으로 그럴 듯합니다. 사람이 그리워지면 산은 아무도 모르게 마을에 슬그머니 다가선다고 합니다. 무인도도 마찬가지입니다. 옅은 안개에 휩싸인 분지도는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볕이 쨍해 대기가 맑은 날 무인도는 해변 가까이 다가섭니다. 섬의 수종(樹種)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습니다. 무인도는 사람이 그립습니다. 돈되는 고기가 그물에 잔뜩 든 날 지게를 짊어 진 어부의 발걸음은 가벼워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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