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장 나와라 뚝딱
지은이 : 고은정
펴낸곳 : 도서출판 한국농정
“장은 모든 맛의 으뜸이다. 집안의 장맛이 좋지 않으면 비록 좋은 채소나 맛있는 고기가 있은들 좋은 음식이 될 수 없다. 설혹 시골에 사는 사람이 고기를 쉽게 얻을 수 없다하더라도 여러 가지 좋은 장이 있으면 반찬에 아무 걱정이 없다. 가장은 모름지기 장 담그기에 신경을 쓰고 오래 묵혀 좋은 장을 얻도록 해야 할 것이다.”- 〈증보산림경제〉中
책 70쪽에 인용된 글이다. 책은 전통 장 담그기를 위한 실용서였다. 고은정 우리장아카데미 대표가 오랜 시간 연구하고 강의한 전통 장에 대한 조리법, 에피소드, 장을 이용한 음식 만들기, 좋은 장을 만들기 위한 질의응답이 실렸다. 김장은 겨울 농사고, 장 담그기는 일년 농사로, 모든 맛의 으뜸이라는 뜻으로 장(醬)은 곧 장(將)이었다. 장(醬)은 적당한 농도의 소금을 사용하여 식물성 단백질이 풍부한 콩을 미생물 작용으로 분해해 향미를 내게 한 저장성 발효식품으로 된장, 간장, 고추장을 통틀어 일컫는 말. 메주는 삶은 콩이나 삶은 콩에 밀가루 등 전분질 원료를 첨가한 것에 메주곰팡이(황곡균)를 접종, 배양시켜 만든 장(醬)의 제조 원료. 된장은 메주로 장을 담가서 장물을 떠내고 남은 건더기로 만든 장. 간장은 잘 뜬 메주에 소금물을 부었다가 고체와 액체로 분리하는 작업을 거친 장물. 겹장는 지난해의 간장에 새로운 메주를 넣고 발효시키는 장. 여기서 겹된장과 겹간장이 갈라진다. 고추장은 메줏가루에 질게 지은 밥이나 떡가루, 또는 되게 쑨 죽을 버무리고 고춧가루와 소금을 섞어서 만든 장. 막장은 날메주를 가루로 빻아 소금물로 질척하게 말아 익히는 장. 즙장은 집장이라고 하며 강원, 전라, 충청, 경상 지역에서 여름에서 가을까지 속성으로 담가먹는 장. 등겨장은 경북 칠곡에서 보리등겨를 주원료로 볶은 보리 속겨에 보리밥과 메주가루를 섞어 담근 장. 청국장(淸麴醬)은 푹 삶은 콩을 더운 방에서 띄워 만든 장.
서울 마포 서교동 수운잡방(需雲雜方) / 광화문 정동 에그피알 사무실 발코니 장항아리 / 서울 망원시장 고추가게 옥상 장독대 / 지리산 산내 귀농 주부(主夫) 조의제의 장 담그기 / 강원 홍천 백이동골 된장 축제 / 경남 함양 인산가 장항아리 / 미국 뉴욕 뉴지저의 장 담그는 재미동포 강화정 / 전주 단독주택 베란다 장독대, 장 담그는 이영란 선생 3代 / 서울대 빗물연구센터 옥상 장독대 / 부산 한살림 활동가들의 공동 장독대
가장 재미있게 읽은 「동네방네 장독대 자랑」에 나오는 장독대와 사람들이다. 추억 어린 장독대를 떠올리면 나도 모르게 눈가가 젖어들었다. 섬에 삶터를 꾸리기 전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은 김포 통진 한들고개 마을이었다. 가난한 집안의 어머니는 하루로 거르지 않고 행주로 장독대 항아리를 문질렀다. 마을에서 가장 높은 언덕 위 초가집의 장독대는 세월 먹은 우람한 참나무와 가지를 무성하게 뻗은 뽕나무가 울타리를 쳤다. 장독대바닥 갈라진 시멘트 틈새로 부추가 자르고 베어내도 키를 늘였다. 참나무 밑 화단에 맨드라미, 봉숭아, 채송화가 제철이 되면 맵시를 자랑했다. 아들 셋과 딸 하나를 공부시키느라 가난한 농사꾼 부부는 매일 날일을 나갔다. 육성회비나 미술시간 재료비를 달라고 손을 내미는 자식들을 보다 못한 어머니는 그렁그렁한 눈물을 훔치시며 뒤울안 장독대로 달려갔다. 자식들이 학교를 입학·졸업하거나 군대에 갈 때면 장독대에 정화수를 떠놓고 비손을 하는 어머니의 그림자가 창호지에 어른거렸다. 섬에 들어오시고 여든을 넘기신 어머니는 큰 수술을 두 번 받았다. 보행보조기에 의지해 텃밭에 내려 서는 어머니의 구부정한 뒷모습이 애달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