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지나가자 무더운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새벽의 푸른 기운을 극성스러운 매미 울음이 벗겨냅니다. 봉구산을 넘어 온 해가 이른 아침부터 염천을 예고하듯 지글지글 끓었습니다. 매미울음이 온 천지를 덮고 귓속까지 들어찼습니다. 더위에 지친 도시인들이 너도나도 섬을 찾습니다. 해운사는 배를 늘였습니다. 주문도에 정박하며 하루 두 번 뭍을 왕복하던 삼보12호에 이어 삼보2호가 추가 투입되었습니다. 삼보2호는 외포항에서 아침 7시 30분에 출항합니다. 주문도에 9시 30분에 닿습니다. 뭍을 향해 10시에 주문도를 떠납니다. 주민들의 뭍 나들이에 여유가 생겼습니다. 배는 말 그대로 인산인해 혼잡스럽기 그지없습니다. 올해 서도(西島) 군도(群島) 주문도, 볼음도, 아차도를 찾는 외지인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위 이미지는 외포항에 들어서는 삼보12호 선상에서 잡은 석모대교 전경입니다. 강화도에 딸린 섬에서 가장 크고 주민수가 많은 첫째 교동도와 둘째 석모도에 연륙교가 놓였습니다. 교동도는 3년 전에, 석모도는 25일전에 다리가 개통되었습니다. 우리나라 3대 관음도량 보문사가 자리 잡은 석모도에 도시인들이 들끓기 시작했습니다. 석모대교는 강화도 내가면 황청리와 삼산면 석모도 석포리를 연결시켰습니다. 하루 통행 차량이 1만대를 넘어섰습니다. 다리에 진입하는 로터리가 좁아 차가 밀렸습니다. 이제 강화도의 섬 중에서 도(島)가 본뜻 그대로인 섬은 6개로 줄었습니다. 서도면의 주문도, 볼음도, 아차도, 말도와 삼산면의 미법도와 서검도 뿐입니다. 미법도와 서검도를 운항하는 객선은 석모도의 하리 포구에서 하루 두 번 출항합니다.
어머니를 모시고 병원에 다녀오다 배시간이 남아 석모도를 향해 핸들을 틀었습니다. 석모도는 어머니의 고향입니다. 주문도에 들어오신 지 7년여 만에 두 번째 찾는 고향입니다. 해안도로를 따라 섬을 일주하는 내내 어머니의 표정이 무거웠습니다. 동양 최대 어쩌구저쩌구 온천타운 건설. 문전옥답 논을 메우고 들어서는 한옥마을 분양. 천일염전 터와 갯벌을 짓밟고 한창 공사 중인 골프장. 산을 깎아 넓힌 도로와 길가에 나래비로 들어선 집은 하나같이 사람들이 먹고 마시고 싸고 자는 건물이었습니다. 어머니는 본능적으로 꿰뚫고 계셨습니다. 개발과 발전이라는 환상은 다름아닌 자본의 탐욕이라는 것을. 어머니의 고향 섬은 뭍과 다리로 연결되면서 불가사리 자본의 먹이로 전락했습니다. 시골의 토호 행세를 하며 거드름을 피는 자들은 콘크리트 덩어리를 발전과 성장이라고 부추킵니다. 극소수의 졸부가 배를 내밀고 가난한 원주민들은 고향을 등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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