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빈창을 아시는가

뒷집 새끼 고양이 - 9

대빈창 2017. 7. 31. 06:45

 

 

 

주인집인 뒷집에서 아침저녁 두 끼 요기만 채우고 낮 시간을 매일 우리집에서 소일하는 고양이들입니다. 시계방향으로 수놈 재순이, 암놈 검돌이와 노순이입니다. 재순이는 슬라브 옥상을 오르는 계단 입구에 길게 누워 낮잠을 즐깁니다. 검돌이는 석축 위 감나무 그늘아래 몸을 사렸습니다. 노순이는 빨래건조대 고정용으로 흙이 담긴 스티로폼 박스에 들어앉았습니다.

재순이는 고집이 세지만 넉살이 좋습니다. 어머니가 장난으로 아무리 못살게 굴어도 이래도 그만 저래도 그만입니다. 사발 지팡이로 짓궂게 몸을 내리 눌러도 야 ~ ~ 옹! 귀찮다는 시늉만 할 뿐 몸을 빼지 않습니다. 재순이는 식탐이 강합니다. 어머니가 부엌 샛문을 통해 먹을 것을 내놓기 전에는 자리를 옮기지 않습니다. 녀석 때문에 날이 더워도 부엌 샛문을 닫은 채 식사를 합니다. 모자의 식사를 한없이 바라보며 먹을 것을 내놓으라고 조르는 녀석이 애처롭습니다. 어느 날,  녀석의 조르는 소리가 유난스럽습니다. 재순이가 계단 난간 기둥에 올라앉아 창문을 통해 저녁을 먹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노순이는 얌전하고 조용하지만 머리회전이 뛰어난 고양이입니다. 녀석은 항상 혼자 행동합니다. 어머니 말씀에 따르면 먹을거리를 혼자 차지하기 위한 술책입니다. 녀석은 살그머니 혼자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합니다. 운 좋은 날은 맛있는 생선가시를 혼자 차지할 수 있었습니다. 세 녀석 중 노순이가 가장 부지런합니다. 밤중에 닭장의 모이를 훔치는 쥐들을 경계하다, 문소리가 나면 내처 달음박질로 반갑게 맞아줍니다.

재순이가 세상모르게 늘어져 낮잠을 즐깁니다. 노순이가 한가롭게 침을 발라가며 털을 고릅니다. 검돌이의 눈빛에 겁이 가득합니다. 소심한 녀석은 인기척에 화들짝 놀라 줄행랑 놓기에 바쁩니다. 그래도 우리집 식구들과 낯을 많이 익혔습니다. 요즘 들어 어머니를 보면 먹을 것을 달라고 손을 쳐다보며 가냘프게 야 ~ 옹! 소리를 냅니다. 한 마리의 새끼를 낳은 검돌이는 새끼가 못 미더운지 뒤울안 자리를 자주 비웁니다.

뒷집에서 우리집 뒤울안으로 향하는 지름길은 계단식 화단을 가로지르는 직선 코스입니다. 녀석들이 얼마나 오갔는지 반들반들 길이 닦였습니다. 명자나무, 감나무, 사철나무가 키를 늘여 햇볕을 가렸습니다. 수돗가 함지박에 시원한 지하수가 가득 담겼습니다. 불쏘시개인 보릿짚, 완두콩 줄기, 잔 나뭇가지가 쌓여 그늘을 드리웠습니다. 여름해가 중천에 이르자 녀석들이 하나둘 그늘을 찾아 느린 걸음을 옮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