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진드기에 물려 사망한 사람이 올 들어 벌써 18명입니다.(7월말 기준) 지난해 전체 사망자 19명에 근접했습니다. 사람들을 공포에 빠트린 살인마의 학명은 작은소참진드기입니다. 진드기에 물려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치사율이 30%에 달합니다.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습니다. 진드기가 매개하는 감염병은 이름도 어려운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이라고 합니다. 진드기의 약 0.5%가 들쥐 등에서 옮겨온 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놈들이 사람의 피를 빨면서 바이러스를 옮깁니다. 동네 뒷산이나 등산로, 아파트 단지의 공원이나 잔디밭까지 녀석들은 출몰합니다.
저의 삶터인 외딴섬 주문도는 생태계가 온전합니다. 이 말은 작은소참진드기도 온전하다는 뜻입니다. 제 블로그의 단골손님인 토진이가 사는 대빈창 해변의 풀밭도 진드기 천지입니다. 아침저녁 산책마다 토진이의 몸뚱어리를 자세히 살핍니다. 어김없이 너댓마리의 진드기가 토진이의 몸에 들러붙었습니다. 위 이미지의 토진이를 확대하면 일직선으로 앞발과 눈이 만나는 지점에 작은 점이 보입니다. 진드기입니다. 놈은 토진이의 뒷덜미 정중앙으로 이동 중입니다. 토진이의 뒷발이 닿을 수 없는 지점입니다. 놈은 자리를 잡고 토진이의 살 속 깊숙이 갈고리 같은 발가락을 심습니다. 흡혈을 하는 진드기가 가렵지만 토진이는 어쩔 수 없습니다. 진드기의 몸뚱어리가 흡혈로 엄지손톱만큼 부풀어 올라 스스로 떨어져나가야 합니다. 토진이가 안쓰럽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다가서지만 녀석은 마음을 몰라주고 줄행랑을 놓습니다. 토진이는 야생에서 세 번의 겨울을 났습니다. 산전수전 모두 겪은 역진화한 토끼입니다.
“그래도, 지 살 궁리는 다 하는 법이란다.”
어머니 말씀이십니다. 재순이와 노순이가 나흘 만에 나타났습니다. 어디서 무엇을 하다 온 것인지 녀석들의 배가 홀쭉합니다. 노순이는 고픈 배를 참으며 여명이 터올 때부터 얌전히 부엌 샛문 앞에서 기다립니다. 극성스런 재순이는 방충망을 뚫을 기세입니다. 어머니가 맛이 없어 손이 안가는 말린 망둥어 찜을 꺼내듭니다. 모든 음식은 사람의 정성이 담겨야 맛도 나는 법입니다. 등을 갈라 햇볕에 너른 망둥이는 간이 골고루 배서 맛이 밥도둑입니다. 손질이 귀찮다고 대충 머리를 따 소금에 버무린 망둥이는 찜솥에 쪄도 손이 안갑니다. 재순이와 노순이의 몫이 되었습니다. 노순이는 숙녀답게 입맛도 고급입니다. 어머니가 콩나물국에 넣고 남긴 멸치대가리 한줌을 던져주자 녀석은 자기집으로 발걸음을 돌립니다. 뒤늦게 나타난 재순이가 웅! 웅! 맛있다는 소리를 내며 바닥까지 핥았습니다. 부엌 방충망을 열고 나서자 노순이가 정강이에 몸을 부비며 아양을 떱니다. 깔방석에 녀석의 뭉친 털이 한 움큼입니다. 어머니는 질색이지만 녀석들의 애정 표현인지 모릅니다. 어머니의 두 짝 녹색 슬리퍼가 보입니다. 녀석들은 낮잠용 베개로 또는 무디어진 손톱을 가는 숫돌로 사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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