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빈창을 아시는가

베짱이와 사마귀

대빈창 2017. 8. 31. 07:00

 

 

더듬이가 몸보다 더 긴 베짱이는 여치 과에 속하는 곤충입니다. 사마귀는 사마귀 과의 곤충으로 길고 큰 낫 모양의 앞다리가 특이합니다. 베짱이하면 이솝우화의 개미와 베짱이 이야기를 떠올리게 됩니다. 추운 겨울을 대비해 뙤약볕이 내려쬐는 무더운 한낮에 일을 하는 개미와 그늘에서 편안히 노래를 부르며 더위를 보낸 베짱이를 비교해 미래 가치를 추구하는 도덕적 교훈의 우화입니다. 사마귀하면 당랑거철(螳螂拒轍)이 생각납니다. 춘추전국시대 제(齊)나라 장공(莊公)이 사냥을 나갔을 때, 사마귀가 앞발을 치켜들고 수레바퀴에 덤벼들었습니다. 자기 분수도 모르는 무모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입니다.

이미지가 절묘하게 잡혔습니다. 단일한 색조를 명도와 채도에만 변화를 주어 그린 단색화, 모노크롬(Monochrome) 회화처럼 보입니다. 방충망 창틀위에 베짱이와 사마귀가 마주 보고 있습니다. 베짱이가 시원한 알루미늄틀 위에서 무더위를 피하며 노래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저승사자 사마귀가 베짱이를 노려보고 있습니다. 베짱이는 미동도 못합니다. 그 자리에 얼어붙었습니다. 책상의 폰과 눈에 뜨이는대로 효자손을 들고 나왔습니다.  사마귀가 낫 모양의 앞발을 서서히 들어 올렸습니다. 점핑하여 사마귀 주변의 방충망을 두드렸습니다. 녀석이 날개를 펼쳐 측백나무 가지로 날아갔습니다. 지옥문 앞까지 다녀 온 베짱이는 얼이 빠져 그 자리에 오랫동안 붙어 있었습니다.

불로소득으로 배를 두드리는 기생충 강남족들을 경멸하면서 베짱이를 왜 살려주었을까 생각합니다. 고사(故事)가 떠오릅니다. 곡속장(穀觫章)의 이양역지(以羊易之)로, 양羊과 소牛를 바꾼 이야기입니다. 맹자는 제나라 선왕을 찾아가 들은 소문을 확인합니다. 선왕이 소를 끌고 지나가는 신하에게 묻습니다.

“그 소를 어디로 끌고 가느냐?”

“혼종하러 갑니다.”

혼종의 의미는 종을 새로 주조하면, 소를 죽여 목에서 나오는 피를 종에 바르는 의식입니다.  소는 제물로 끌려가고 있었습니다.

“그 소를 놓아주어라”

“그렇다면 혼종을 폐지할까요?”

“혼종이야 어찌 폐지할 수 있겠느냐. 양으로 바꾸어서 제를 지내라”

임금과 신하의 문답입니다. 맹자는 선왕에게 이양역지(以羊易之)의 이유를 물었습니다.

“벌벌 떨면서 죄 없이 사지로 끌려가는(穀觫若 無罪而就死地) 소가 불쌍해서 바꾸라고 했다.”

“그럼 양은 불쌍하지 않습니까?”

맹자는 선왕 자신도 모르고 있었던 이유를 이야기합니다. 백성들의 말처럼 큰 것을 작은 것으로 바꾼 인색함이 아니었습니다. 소를 양으로 바꾼 이유는 양은 보지 못했고, 소는 보았기 때문이라는 것이 맹자의 해석입니다. 맹자는 ‘본 것’과 ‘못 본 것’의 차이에 관해 말합니다. '관계가 있는 것'과 '관계가 없는 것'의 엄청난 차이 때문입니다. 우리 세대 시골에서 자란 아이들은 누구나 보릿짚과 밀짚으로 여치나 베짱이의 집을 만든 원체험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마귀 집(?)을 만든 경험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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