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빈창을 아시는가

뒷집 새끼 고양이 - 10

대빈창 2017. 9. 11. 07:00

 

 

 

위 이미지는 두 번째 얻었습니다. 노순이와 새끼들이 광에 보금자리를 마련했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대빈창 아침 산책을 다녀오면서 뒷집에 들렀습니다. 봉구산에 가린 햇살로 광은 어두웠습니다. 구석 자리에 놓인 종이박스에 새끼 두 마리만 있었습니다. 집 뒤울안을 돌아 부엌 샛문으로 다가서자 여지없이 노순이가 야 ~ 옹 먹을 것을 달라며 반깁니다. 노순이를 안고 뒷집으로 향했습니다. 녀석이 내려달라고 버르적거립니다. 구석자리 박스에 녀석을 내려놓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이미지가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배경이 어두워 새끼들 모습을 식별할 수가 없었습니다. 점심을 먹고 다시 뒷집 광문을 열었습니다. 노순이가 안채와 연결된 열려진 샛문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녀석은 뒷집 울안에서 나의 발소리를 듣고 부리나케 달려 온 것이 틀림없습니다. 녀석을 박스에 들여놓고 햇빛 환한 곳으로 옮겼습니다. 노순이와 새끼의 모습이 선명합니다.

노순이는 첫 배 새끼 세 마리를 광의 종이박스에 낳았습니다. 안타깝게 자라지 못하고 모두 생을 달리했습니다. 노순이는 두 배 째 새끼를 아무도 모르는 곳에 혼자 낳았습니다. 뒷집 형수가 아무리 찾아도 오리무중이었습니다. 어머니가 짐작되는 곳을 일러주었습니다. 여명이 트기 전 노순이가 항상 감나무 집 돼지우리 부근에서 내려오는 것을 보셨습니다. 뒷집 형수는 이 잡듯이 주위를 뒤졌습니다. 노순이는 엉뚱하게 감나무 집 고구마 밭에 새끼를 낳고 몰래 젖을 먹였습니다. 그동안 비가 안 왔기에 천만 다행이었습니다. 노순이는 두 배 째도 세 마리의 새끼를 낳았습니다. 뒷집 형수가 광으로 데려왔습니다. 어미를 닮은 노란빛의 새끼는 기운이 없더니 젖도 빨지 못하고 이내 숨을 거두었습니다.

아비는 재순이가 틀림없습니다. 살아남은 두 마리의 새끼는 잿빛입니다. 노순이가 눈도 못 뜬 새끼들을 연신 혀로 핥아주었습니다. 폰 카메라 소리에 녀석이 경계의 눈길을 보냅니다. 종이박스는 뚜껑을 곧게 위로 펴서 청 테이프로 붙였습니다. 바닥에 하얀 쌀 포대를 깔았습니다. 노순이는 마음대로 제집을 드나들 수 있지만 새끼들은 어림없는 높이입니다. 산모 노순이가 부엌 샛문 앞에서 먹을 것을 달라고 보챕니다. 소라된장국을 뒤적거려 배꼽을 떼고 두 개를 던져주었습니다. 허겁지겁 먹은 노순이가 바삐 자기집으로 향합니다. 새끼에 대한 어미의 노심초사겠지요. 어린 두 새끼들이 무탈없이 자라주기를 기원합니다.

 

p.s 새끼들의 아비인 재순이의 별명은 미련한 놈입니다. 헌터로 고쳐야겠습니다. 여명이 터오기 전 아침 산책을 나섰습니다. 돌아오는 길 한 마리의 고양이가 뒷모습을 보인 채 웅크리고 있었습니다. 표범무늬 꼬리의 재순이가 틀림없었습니다. 녀석이 날래게 점핑하여 고구마 밭 울타리에 매달렸습니다. 어느새 녀석의 입에 살아있는 새가 물려 있었습니다. 고라니 방책으로 둘러 친 폐그물에 걸린 새를 사냥한 것입니다. 어머니한테 먹을 것을 달라고 떼를 쓰는 게으른 미련퉁이가 아니었습니다. 녀석은 날랜 사냥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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