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낙타는 십리 밖 물 냄새를 맡는다
지은이 : 허만하
펴낸곳 : 최측의농간
철학자 - 니체 / 시인 - 릴케, 랭보, 발레리, 김춘수, 유치환 / 화가 - 벤샨, 르동, 샤갈 / 소설가 - 푸루스트, 카프카 「본다는 것은 무엇인가 ⊂릴케와 벤샨」
사회비평가 - 존 러스킨 / 철학자 - 아리스토텔리스, 하이데거, 라이프니츠, 사르트르, 블랑쇼 / 극작가 - 오스카 와일드 / 시인 - 질레지우스, 김소월, 말라르메, 발레리, 김춘수 / 사상가 - 마이스터 에크하르크, 조주 스님 / 천문학자 - 코페르니쿠스 「꽃과 P ⊂시의 언어학」
다솔사 효당 최범술 스님 / 청남서실의 주인 / 춘설헌 허백련 / 무등산 의도인毅道人 / 화가 최우봉 / 소동파 / 사르트르 / 세종 때 학자 성간 / 인제仁齋 강희안 / 화가 계산谿山 「차와의 인연 ⊂의제 허백련 화백과의 만남」
조선 경종 이건명 / 윤동주 / 독일 종교시인 질레지우스 / 릴케 / 추사 / 명창 송우룡·송만갑 / 동편제 시조 송흥록 / 헤르만 헤세 「끝없는 시의 길 위에서 ⊂나는 왜 문학을 하는가」
책은 1부 풍경, 2부 정신의 섬, 3부 시인의 뒷모습에 나뉘어 34편의 글과 신판 특별 수록의 글까지 35편의 산문이 실렸다. 시인의 박학다식은 책을 잡은 독자가 혀를 내두르게 만들었다. 각 부에서 아무렇게나 꼽은 꼭지에 등장하는 인물들이다. 35편의 글에 나오는 인물은 200여명은 족히 차고 넘칠 것이다. 문학과 연관된 풍부한 명제의 인용은 독자의 눈을 황홀케 했다. 산문집은 7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글들이 실렸다.
책에서 시인과 인연이 닿은 사람들의 이야기인 3부의 글에 나의 눈길은 한참 머물렀다. 10편의 글은 피란수도 부산의 남포동과 광복동 좁고 긴 거리 스타다방의 시인 전봉래의 자살. 저자 이름도 없고, 책 뒤 판권장版權張도 없는 시집 『조선미朝鮮美』의 무명시인 이태환을 찾고. 서낙동강 둔치섬에서 농사를 짓는 시인 권환(1903 ~ 54)의 발자취를 쫓고. 산수화가 허기석과 대나무만 그린 화가 정벽산, 무등산 춘설헌의 의제 허백련을 찾아 길을 나섰고. 가야산 월광리 폐사지 절터의 두 개의 삼층석탑에 서린 비운의 왕자 대가야의 월광태자를 떠올리고. 두 눈을 감은 아내의 초상화를 그린 화가 이인성과 경주 계림의 나무를 스케치하는 박수근. 해운대를 찾던 날 한국시인협회상 수상 소식을 듣는 시인.
“풍경은 연약하다. 풍경은 순간으로만 있다. 그것은 덧없이 사라진다. 시시각각 빛은 변화하는 것이다. 풍경은 언제나 단명하다. 그리고 그것은 유일무이한 것이다.”(39쪽) 풍경의 시인 허만하를 나는 반인반조(半人半鳥) 가릉빈가를 통해 처음 만났다. 어느 일간지의 시 소개란에서 ‘가릉빈가’를 소재로 한 시 한편을 읽었다. 나는 20여 년 전 배낭을 둘러메고 지리산 주변을 5일간 떠돌았다. 여정을 답사기 『지리산 천왕봉이 지켜보는 여정』으로 남겼다. 연곡사에서 만난 국보 동부도와 북부도의 가릉빈가가 있었다. 지적 허기를 비웃기라도 하듯 시인의 초창기 책을 만나기가 쉽지 않았다. 온라인 중고서점을 통해 『허만하 시선집』을 손에 넣었다. 운이 좋았다. ‘재출간 전문 출판사’인 〈최측의농간〉이 시인의 초기 산문집을 새롭게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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