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어떻게 공기를 팔 수 있다는 말인가

대빈창 2017. 9. 22. 07:00

 

 

책이름 : 어떻게 공기를 팔 수 있다는 말인가

지은이 : 시애틀 추장

옮긴이 : 이상

펴낸곳 : 가갸날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시 이름은 한 인디언의 추장 이름에서 유래했다. 인디언이라는 말은 틀렸다. 아메리카 원주민이 옳다. 백인들이 제 멋대로 이름 붙인 신대륙에 수천 년 전부터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인디언이 아니라 홍인종이라고 불러야겠다. 그들은 자연 앞에 겸손했고, 공존의 가치를 앞세운 부족 공동체의 이상향을 건설했다. 산업문명으로 총칼을 앞세운 백인들은 평화로운 이들을 무자비하게 살육하고 터전을 빼앗았다.

아메리카 대륙을 횡단하며 홍인종의 모든 재산을 빼앗은 백인들의 무자비한 수탈과 착취도 막바지에 이르렀다. 미국의 북서 태평양연안 워싱턴주의 시애틀을 마주보는 퓨젓사운드 Puger Sound만을 끼고 있는 깃샙 Kitasp 반도에 수쿠아미쉬족이 살고 있었다. 부족 추장은 시애틀Seattle이었다. 백인 이주자들이 붙여 준 이름이었다. 시애틀은 1786년에 태어났다. 아버지 쉬웨아베는 수쿠아미쉬 추장이었고, 어머니 쉬올리차는 두와미시 추장의 딸이었다. 시애틀의 뛰어난 지략과 용기는 22살의 나이로 수쿠아미쉬와 두와미시족 추장으로 추대되었다. 시애틀 추장은 죽어서 수쿠아미쉬 부족 땅에 묻혔다. 묘지에서 해협을 사이에 두고 시애틀 시가 건너다보였다. 『어떻게 공기를 팔 수 있다는 말인가』는 150여 년 전인 1854년 1월 10일, 시애틀 추장이 주지사 아이작 스티븐슨 앞에서 미국 대통령에게 보내는 연설문이다.

 

당신들의 신은 당신들을 사랑할 뿐 우리 부족은 미워한다. 그는 튼튼한 팔로 백인들을 사랑스레 감싸 안고 아버지가 어린 아들을 끌어주듯이 그들을 이끌지만, 피부가 붉은 자녀들은 내버렸다.(23 ~ 24쪽)

인디언들의 밤은 칠흑같이 어두울 것이다. 지평선 위에는 단 하나의 별빛도 보이지 않는다. 슬픈 바람소리만이 멀리서 흐느껴 운다.(29쪽)

홍인이 가는 길 위에는 암울한 형벌이 도사리고 있다. 사냥꾼의 발소리를 듣고 있는 상처 입은 암사슴마냥, 어디를 가든 무자비한 파괴자가 다가오는 발자국 소리를 들으며 최후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29 ~ 30쪽)

우리는 이 땅의 일부이고, 이 땅은 우리의 일부이다. 향기로운 꽃은 우리의 자매이고, 사슴, 말, 위대한 독수리는 우리의 형제다. 바위산 산마루, 풀밭에 맺힌 이슬, 조랑말의 체온, 그리고 인간까지 우리 모두는 한가족이다.(63쪽)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 인간이 생명의 그물을 짜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단지 그물 속의 한 올에 지나지 않는다. 그들이 그물에 저지르는 행위는 곧 자신에게 저지르는 것이다.(72쪽)

 

연설문은 자신의 부족이 역사 속으로 사라져가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부족의 운명을 걸머쥔 노추장의 고뇌가 눈물겹게 배어있었다. 인간은 어리석게 ‘신성한 생명의 그물’을 존중하라는 시애틀 추장의 충고를 어겼다. 경제성장이라는 마약에 취한 인간은 생명의 대멸종이라는 지옥의 문을 열어젖혔다. 빠져 나오기가 점점 힘들어졌다. 예정된 수순으로 가는 도리 밖에 없을 것 같다. 호모 사피엔스는 자기를 비롯한 수많은 생명체를 파멸로 이끈 유일무이한 종으로 기록될 것이다. 타락한 인류는 공기를 사고팔았다. 풍요와 편의라는 상품경제의 달콤함에 취한 사회주의(?) 중국은 살인적인 스모그로 악명이 자자했다. 얼마 전 중국에서 캐나다산 공기 캔이 생수의 50배 가격에도 불티나게 팔렸다. 시애틀 추장의 염려가 현실이 되었다. 인간은 이제 공기를 사고파는 세상에 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