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세상의 모든 최대화

대빈창 2017. 9. 4. 07:00

 

 

책이름 : 세상의 모든 최대화

지은이 : 황유원

펴낸곳 : 민음사

 

“시여, 침을 뱉어라”, “시는 온몸으로, 바로 온몸을 밀고나가는 것이다”의 김수영은 죽어서도 힘이 세었다. 강화도에 딸린 작은 외딴섬에서 얼치기생태주의자를 자처하는 나는 두 권의 김수영문학상 수상시집을 손에 넣었다. 김수영문학상은 1981년 민음사에서 김수영의 작가정신을 계승하고자 제정한 문학상이다. 제31회 수상작 황인찬의 『구관조 씻기기』와 제34회 수상작 황유원의 『세상의 모든 최대화』다. 학창시절, 모더니즘에 경도되었다는 어설픈 이유로 나는 김수영을 백안시했다. 삶터를 섬에서 찾았고, 20여 년 동안 이삿짐 속 천덕꾸러기였던 부피 꽤나 나가는 『김수영 전집』을 다시 잡았다. 김수영이 새롭게 들어왔다.

시인의 첫 시집은 4부에 나뉘어 51편이 실렸다. 대부분 서너쪽이 넘는 분량의 시편으로 시집은 부피가 있었다. 해설은 눈에 띄는(?) 성기완의 「조선어 연금술사 통관보고서」다.

 

Jean Sibelius / Astrud Gilberto / Billie Holiday / John Hull / 성(聖) 프란체스코 / 루마니아 / 바라나시 / 반가사유상 / 한려수도 / 양양 하조대 / 하동 / 호랑이 / 그리마 / 지네 / 개미지옥 / 달팽이 / 오징어 / 자라 / 공룡 / 돌고래

 

눈에 밟힌 시편들의 제재다. 평자들은 말했다. “시편은 아주 작은 데서 시작해 가장 큰 것으로 나아가며 몹시 거대한 것을 놓아두고 매우 미세한 것을 발설한다.”

 

화물칸에 일렉기타를 한 만 대쯤 싣고 가는 세상에서 가장 길고, 무거운 마음(「세상의 모든 최대화」의 1연, 124쪽)

 

······말하자면 호시절을 과다 복용해 온 우리 음악가들을 위해

그해 십이월, 먼 곳으로부터 열차는 왔네(「시베리아 주제에 의한 다섯 개의 사운드트랙-트랙1 시베리아_녹음테잎」의 4연, 164~165쪽)

 

작품 해설은 ‘개인적인 추신’으로 이렇게 마무리되었다. “너는 어둔 방에서 기타를 치는 구나. 기타치고 시 쓰고 언제 한 번 놀아 보자. 술도 조금씩 홀짝이며.(······) 음악 좀 듣니? ‘밤부터 얼기 시작해 새벽 무렵 정점을 찍은 투명함’(「holo)」. 알바 노트로 듣는구나. 언제 같이 음악이나 좀 듣자.”(243~244쪽) 해설을 쓴 이가 눈에 띄었다. 성기완은 1994년 《세계의문학》으로 등단한 시인이다. 1999년 결성된 록 밴드 〈3호선 버터플라이〉의 기타와 보컬을 맡은 리더였다.

 

'책을 되새김질하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낙타는 십리 밖 물 냄새를 맡는다  (0) 2017.09.20
충분하다  (0) 2017.09.18
냇물아 흘러흘러 어디로 가니  (0) 2017.08.28
자급자족 農 길라잡이  (0) 2017.08.21
내 몸에 내려앉는 지명(地名)  (0) 2017.0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