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자급자족 農 길라잡이

대빈창 2017. 8. 21. 05:56

 

 

책이름 : 자급자족 農 길라잡이

지은이 : 나카시마 다다시

옮긴이 ; 김소운

펴낸곳 : 들녘

 

밥 한 숟가락 / 목으로 넘기지 못하고 / 사흘 밤낮을 / 꼼짝 못하고 끙끙 앓고는

 그제야 알았습니다. / 밥 한 숟가락에 기대어 / 여태 / 살아왔다는 것을.

 

농부시인 서정홍의 「밥 한 숟가락에 기대어」의 전문이다. 73억 지구촌 인류를 먹여 살리는 농부들이 핍박받는 못돼먹은 세상이다. 석유의 산물인 산업문명은 인류 역사상 가장 풍요로운 시대를 일구었다. 하지만 정점에 이른 풍요와 편의의 종말은 그리 멀지 않았다. 운명의 날 시계(bulletin clock) - 핵전쟁 발발 등으로 인한 지구의 종말을 자정으로 가정한 예고 시계 - 는 5분밖에 남지 않았다. 지구 멸망 요인으로 2007년 ‘지구 온난화’ 항목이 추가되었다. 보스턴 대학의 데이빗 오조노프(David Ozonoff) 교수는 인류의 화학물질 남용을 “100층 높이의 빌딩에서 뛰어내린 사람이 현재 14층 부근을 낙하 중”이라 비유했다.

지구 멸망의 시계를 뒤로 늦추는 유일무이한 방법은 도시와 석유문명, 시장경제에서 벗어나는 길 뿐이다. 자연과 함께 순환하는 자급 유기농법만이 멸망으로 치닫는 지구를 살릴 길이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무기농법(근대농법)은 무기질(농약, 화학물질)을 이용하고 석유와 기계에 의존하는 농법이다. 유기농법은 자연의 산물인 유기물(부엽토, 퇴비, 가축의 똥)을 거름으로 농사짓는 방법이다. 저자 나카시마 다다시는 말했다. “저마다 생활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비용만 벌고 그 이상의 활동은 삼가야 한다.” 그는 석유가 주는 문명의 편리함을 거부했다. 수천 년 전부터 인류의 조상들이 해 온 방식으로 그는 60년간 자급자족하는 농사를 짓고 있다.

자급자족 農의 핵심은 닭 50마리를 키우는 소규모 양계법이다. 근대식 양계는 효율화, 기계화, 노동집약화, 밀집화, 기업화로 수십만 마리를 키우는 ‘공장식 축산’이 되었다. 자연양계는 닭이 대자연의 혜택을 맘껏 누리도록 사육하는 것이다. 대자연의 혜택이란 바람, 햇볕, 흙, 물, 풀의 다섯 가지다. 자연양계가 정말 필요한 이유는 부산물인 닭똥을 거름으로 이용하기 위해서였다. 50마리용 닭장의 면적은 4 X 6m(1㎡에 2마리)면 충분했다. 여기서 생산되는 거름은 1인당 500㎡(150평)면 자급자족이 가능했다. 200㎡(60평)에 벼와 보리의 이모작을 하고, 300㎡(90평)에 채소를 심었다.

책은 닭장을 짓는 법과 병아리를 들이는 시기와 키우는 방법, 자가 배합사료 제조법, 닭 질병 식별법에서 자연란 판매까지. 농기계를 쓰지않기 위한 밭벼 재배, 벼와 보리 돌려짓기, 멀칭과 노지 채소재배법, 과수 재배와 산나물 채취, 감식초 만들기와 요리법까지 자급자족농이 살아갈 수 있는 방편이 세세하게 실렸다. 밭은기침을 내뱉는 중병환자 지구를 살릴 수 있는 화타는 ‘자기 밥벌이는 자기가 한다’는 농법의 기본을 지키는 자급순환형 자급자족농이었다.

 

'책을 되새김질하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상의 모든 최대화  (0) 2017.09.04
냇물아 흘러흘러 어디로 가니  (0) 2017.08.28
내 몸에 내려앉는 지명(地名)  (0) 2017.08.14
대밭  (0) 2017.08.10
고르게 가난한 사회  (0) 2017.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