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빈창을 아시는가

뒷집 새끼 고양이 - 11

대빈창 2017. 10. 16. 07:00

 

 

 

어머니가 발린 생선가시나 밥물에 찐 말린 망둥이 반찬 찌꺼기를 던져 주기를 바라며 오매불망 재순이와 노순이가 부엌 샛문이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습니다. 봉구산을 넘어 온 아침 햇살이 벽에 어렸습니다. 녀석들의 청각은 기가 막힙니다. 세끼 식사 때마다 어김없이 녀석들은 문 앞에 다가와 나 여기 있다고 야 ~ ~ 옹 소리를 냅니다. 부엌 식탁에 앉아 밥을 먹다 우리 모자(母子)가 움직이면 재순이는 인기척을 감지하고 투정 섞인 울음소리를 내지릅니다. 추석 명절을 맞아 주인집도 기름진 음식이 가득하겠지만 녀석들은 평소의 습관대로 움직였습니다. 덩치가 작고 겁이 많은 검돌이만 가끔 넘석거렸습니다. 재순이는 늘상 문 앞에서 낮잠에 취해 하루 종일 우리집에서 살고, 약아빠진 노순이가 혼자 얼쩡거리며 먹을거리를 독차지할 기회를 노립니다.

뒷집에 고양이 식구 한 마리가 늘었습니다. 원래 키우던 고양이였는데 가출한 녀석으로 노란털색 수놈입니다. 야생고양이로 살다 어느 날 다시 옛집에 나타나 대장으로 군림하였습니다. 뒷집 울안에 놓인 밥그릇을 독차지하고 재순이를 괴롭혔습니다. 세 녀석은 깡패 고양이의 눈치만 살피며 기를 펴지 못했습니다. 사나운 녀석의 콧잔등은 아물 날이 없었습니다. 섬을 누비는 길고양이들과 영역다툼을 벌인 훈장입니다. 녀석은 뻔뻔스럽기 그지없었습니다. 사람이 다가가야 멀찍이 자리를 피했습니다. 녀석이 나타나고 우리집 슬라브 옥상이 시끄러워졌습니다. 녀석을 피해 옥상 한구석에 웅크린 재순이를 깡패고양이가 괴롭혔습니다. 미련한 재순이는 막다른 골목에 몰려 녀석에게 마구잡이 린치를 당해 신음을 내질렀습니다. 깡패는 노순이를 임신시킨 재순이를 경쟁자로 지목했습니다. 

얼마 전 안타까운 일이 있었습니다. 노순이가 두 배 째 새끼를 모두 잃었습니다. 범인은 불한당 고양이였습니다. 뒷집 형수는 감나무집 고구마 밭에서 노순이의 새끼들을 데려와 광 한 구석에 보금자리를 마련해주고 새끼들을 돌보았습니다. 형수는 경험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고양이 수놈은 다른 새끼들을 물어 죽인다는 것을. 자연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유아 살해입니다. 수컷은 자기의 유전자를 남기기 위해 다른 새끼를 물어 죽입니다. 형수는 논밭 일을 나가면 항상 광의 미닫이문을 잠갔습니다. 노순이는 새끼에게 젓을 먹이려 우리집에 나타나 문을 열어달라고 어머니에게 졸랐습니다. 일이 터진 날 형수는 마당에서 들깨를 털고 있었습니다. 잠깐 한 눈파는 사이 깡패고양이가 열린 광에 슬그머니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었습니다. 주문도 고양이 세계의 우두머리가 눈에 띄기 시작했습니다. 녀석은 검은 바탕에 흰 얼룩의 거대한 덩치를 자랑하는 길고양이입니다. 녀석이 눈에 뜨이면서 노순이 새끼를 죽인 범인의 모습을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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