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순이 삼촌
지은이 : 현기영
펴낸곳 : 창비
『바다와 술잔』(산문집 / 화남, 2002)
『지상에 숟가락 하나』(장편소설 / 실천문학사, 1999)
가장 존경하는 작가의 책이 두 권밖에 없다니. 주민자치센터 대여용 책의 소설집이 눈에 뜨였다. 반가웠다. 나는 이로서 ‘제주 4·3항쟁의 대표작’인 「순이 삼촌」을 세 번째 잡았다. 첫 번째는 『창작과비평』 영인본을 통해서. 두 번째는 중단편전집 세 권 『순이 삼촌』, 『아스팔트』, 『마지막 테우리』를 통해서. 나의 기억이 정확하다면 90년대 중반 세 권의 소설집을 잡았다. 197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아버지」로 등단한 작가의 문학적 불혹을 기념해 창비에서 중단편전집 세 권을 재출간했다.
‘아, 떼죽음당한 마을이 어디 우리 마을 뿐이던가. 이 섬 출신이거든 아무라도 붙잡고 물어보라. 필시 그의 가족 중에 한 사람이, 아니면 적어도 사촌까지 중에 누구 한 사람이 그 북새통에 죽었다고 말하리라.’(85쪽)
‘그런데도 그 죄악은 삼십년 동안 여태 단 한번도 고발되어본 적이 없었다.’(85쪽)
‘통틀어 이백도 안되는 무장폭도를 진압한다고 온 섬을 불지르다니 (······) 그래서 이백을 훨씬 넘어 삼만이 죽었다.’(149쪽)
표제작 「순이 삼촌」은 4·3사건의 학살 현장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친척 아주머니가 환청과 신경쇠약에 시달리다 자살하고 마는 ‘순이 삼촌’의 삶을 되짚어보는 과정을 통해 30년 동안 철저하게 은폐된 진실을 파헤친 문제작이다. 작가는 1979년 11월 불법으로 정권을 찬탈한 신군부에 의해 필화를 당했다. 「순이 삼촌」의 불온성을 이유로 영어 교사였던 작가의 직장인 학교에서 악명 높은 보안사의 서빙고동 합동수사본부에 강제 연행되었다. 작가는 2박3일동안 고문과 육체적 학대를 당했다. 그리고 「순이 삼촌」은 판금 조치되어 서점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1987년 국민대항쟁으로 쿠데타 정권이 물러났다. 국민적 저항은 〈한겨레신문〉을 창간했다. 4·3사건의 역사적 진실을 복원해왔던 작가는 신생 신문에 1932년 제주도 잠녀 투쟁을 그린 장편소설 『바람 타는 섬』을 연재했다.
제주 4·3 사건을 현기영이 문학적으로 나타냈다면, 제주 화가 강요배는 『동잭꽃 지다』로 그림으로 형상화했다. 예사롭지 않는 화가의 이름에 제주 4·3 사건의 아픔이 서려있다. 화가의 아버지는 학살 현장에 있었다. 토벌대가 흔한 이름 ‘철수’를 호명하자, 두 명이 일어섰다. 토벌대는 앞뒤 가릴것도 없이 그 자리에서 두 명을 총살했다. 화가의 아버지는 자식을 낳으면 이름을 쉽게 짓지 않으리라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