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미움의 힘

대빈창 2018. 1. 18. 07:00

 

 

책이름 : 미움의 힘

지은이 : 정낙추

펴낸곳 : 천년의시작

 

밭두둑 / 밭고랑 / 모내기 / 감자꽃 / 콩꼬투리 / 고구마 / 고추 / 참깨 / 벼꽃 / 삽 / 농약 / 논머리 / 못줄 / 논둑 / 호미질 / 콩밭 / 저수지 / 무논 / 삘기꽃 / 녹두밭 / 경운기 / 곡식 / 키질 / 쇠비름 / 땔감 / 나무꾼 / 수수이삭 / 조롱박 / 참비름 / 호박꽃 / 애호박 / 지게질 / 논둑머리 / 장독대 / 쌀떡 / 밀떡 / 작대기 / 품앗이 / 못밥 / 콩잎 / 방죽

 

농민시의 계보를 잇는 시인답게 시편에 등장하는 시재(詩材)다. 농부 시인의 두 번째 시집은 정확히 10년 만에 나왔다. 충남 태안 출신으로 소원면 모항리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 시집은 4부에 나뉘어 58편이 실렸다. 문학평론가 오홍진은 해설에서 자연의 이치를 통해 농부의 고단하고 애달픈 마음을 체득한 시인으로, 시인 공광규는 표사에서 농촌에서 체득한 삶에서 우러나는 긍정과 달관의 시집이라고 평했다.

 

『그 남자의 손』(시집, 2006, 애지)

『복자는 울지 않았다』(소설집, 2014, 삶창)

『미움의 힘』(시집, 2016, 천년의시작)

 

책장에서 어깨를 겯고 있는 시인의 세 권의 책이다. 농촌·농업·농민의 고달프고 서럽고 애처로운 삶을 형상화한 시인의 저작물은 나에게 보물과도 같았다. 이 땅에서 아무리 두 눈을 크게 뜨고 찾아도 뜨이질 않기 때문이다. 시인은 말했다. "시(詩)도 서사(이야기)와 재미가 있어야한다는 평소의 시론처럼 어깨의 힘을 빼고 '먹물'을 걷어내며 실를 쓴다."고. 시편들은 쇠락해가는 농촌 현실을 해학이 넘치는 서정으로 그려냈다. 마지막은 표제시 「미움의 힘」의 5·6연이다.

 

흉 실컷 보고 욕 실컷 해라 그래야 근력 난다 / 온종일 팔랑팔랑 부채질하는 콩잎에 / 맞장구치며 신명 난 아낙들 / 입 따로 손 따로 놀려도 일머리는 봄꽃 지듯 빠르다 / 여름 해가 막 기울어서야 / 호미질 멈추고 입 다문 채 콩밭에서 나오는 맑은 얼굴들 / 저녁놀이 살짝 베물었다 놓는다

그래, 흉보고 욕하는 것도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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