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앵두 익는 마을
지은이 : 임의진
펴낸곳 : 섬앤섬
임의진 목사의 수필집 『참꽃 피는 마을』과 『앵두 익는 마을』은 1권2책이라 할 수 있다. 두 권의 수필집은 1995년 전남 강진 땅끝 마을에 남녘교회를 세우고 10여 년의 목회생활을 하면서 사람들과 어울려 지낸 이야기를 담았다. |작가의 말|이 두 개다. 하나는 남녘교회의 10년을 채운 담임 목사 시절의 초판본과 다른 하나는 2005년 안식년을 맞아 담양 병풍산자락에 칩거한 지 10년이 된 재개정판.『앵두 익는 마을』은 첫 글, 화가 고흐와 목사 임의진의 닮은 꼴 인생편력을 이야기한 글에서 마지막 글, 네온사인 십자가도 없는 시골 교회당까지 모두 44꼭지의 글은 시골 마을의 가난한 사람들을 향하고 있었다.
다운증후군 형과 세발자전거에 얽힌 추억, 개신교와 천주교 성서학자들이 번역한 〈공동번역성서〉를 쓰는 교회, 시장에서 타이아표 하얀 고무신을 사고, 남루한 함석지붕과 장작 아궁이 목사관, 옷장사하는 마을 동생의 폴라 선물, 육교위 가판 초라한 아줌마한테 목도리와 모자를 사고, 폭설 속 예순아홉 벌골 할매 생신잔치, 도둑고양이와 분양견과의 인연, 부부싸움 중 박살난 장남감 소방차, 만덕산 백련사 동백숲 꽃구경, 초파일 날 교회 입구에 연등을 달고, 복福자 박힌 하얀 사기그릇을 얻고, 석류그늘아래 낮잠, 손녀의 찢긴 유행 청바지를 세탁소에서 수선한 할머니, 부라보콘을 구하러 두시간거리 읍내까지 갔다 온 아이, 꼽추 외할머니의 손녀 사랑, 홀아비 새장가 신혼단꿈, 두엄더미에서 파낸 진짜 지독한 홍어회, 텔레비전 수리하는 목사, 무등산 증심사 산사 음악회 사회 등.
목사는 견우와 직녀가 칠월칠석날 오작교에서 만나듯 남녘과 북녘이 하나 되게 해달라는 뜻으로 칠석날을 교회창립일로 잡고 교회 이름을 지었다. 다산초당과 이웃해 있는 교회는 마을 전체 가구 수가 150여 호에 불과했고, 성도 수는 고작 30여 명의 노인네뿐이었다. 10년 동안 교회에 늘어난 건물은 마당가의 정자 하나였다. 목사는 헌금 시간과 십일조를 없앴다. 일요일 오전예배 뿐 새벽 예배와 수요 예배를 없앴다. 담임 목사이지만 교회에서 아무것도 받지 않았다. 논밭 두 마지기로 생계를 꾸렸고, 동네 유일의 아궁이 방은 산에서 땔감을 장만했다. 시골에서 벌이가 시원치 않아 궁여지책으로 글쓰기를 시작했다. 남녘교회는 네온사인 십자가는커녕 외등 하나 없었다. 새똥이 묻은 지붕위의 십자가는 밤이면 어둠에 묻혔다. 승리주의와 기복 신앙에 물든 한국 교회의 이단아(?) 진짜 목사는 이렇게 말했다.
“예수와 하나님을 팔아먹으며 구원을 약속하고 오로지 신자를 늘리는데 혈안이 된 교회가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지요. 또 종교가 사회 구원이라는 또다른 기능을 하지 못하고 신자들의 신앙심은 자본에 대한 탐욕으로 비뚤어져 가는 게 우리의 현실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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