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스스로 몸을 돌보다

대빈창 2018. 2. 19. 06:26

 

 

책이름 : 스스로 몸을 돌보다

지은이 : 윤철호

펴낸곳 : 상추쌈

 

『나무에게 배운다』(니시오카 쓰네카즈, 2013)

『다시, 나무에게 배운다』(오가와 미쓰오와 제자들, 2014)

 

세계 최고最古의 목조건축물 호류지를 지켜 온 마지막 대목장 이야기. 故 전우익 선생은 생전에 이렇게 말했다. “평생 이 책 한권만 읽어도 된다.” 책은 1996년 이 땅의 진정한 생태주의자 최성현에 의해 『나무의 마음 나무의 생명』이라는 제목으로 처음 나왔다. 하지만 10여년이 흐른 뒤 출판사는 문을 닫았고 책은 절판되었다. 뒤늦은 나이에 얼치기 생태주의자를 자처하던 나는 눈에 불을 켜고 책을 찾았다. 나의 성심으로 불가했다. 서해의 작은 외딴섬에 고립된 나로서 대도시의 중고서점을 훑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2009년 지리산자락 하동 악양에 젊은 출판인 부부가 예사롭지 않은 이름의 출판사 《상추쌈》을 냈다. 한 해에 책 한 권을 내는 출판사가 한없이 고마웠다. 바로 위 두 권의 책 때문이었다.

세월은 흘렀고, 우리 집은 우환에 휩싸였다. 고명딸로 막내인 누이가 암으로 일찍 세상을 떠났다. 어머니는 대학병원에서 연이어 큰 수술을 받으셨다. 그때 이 책이 떠올랐다. 도서출판 상추쌈의 첫 책은 680여 쪽 분량의 양장본으로 2013년 1월에 출간되었다. 5년여의 세월이 흘렀고, 나는 뒤늦게 잡은 책을 성심껏 읽었다. 나의 연배인 저자는 시골에서 태어나 서울대 법대에 입학했다. 앞길이 창창했던 그는 결핵으로 인생의 앞날에 먹구름이 몰려들었다. 결핵은 고쳤으나 몸의 나머지 모든 것이 망가졌다. 이 땅의 제도권 의료시스템의 덫이었다. 길고 긴 투병생활이 시작되었다. 다른 질병이 계속 찾아왔다. 그의 몸은 죽음의 문턱에 가까워졌다. 10분을 앉아 있기 힘들었다. 저자는 아픈 몸을 이끌고 스스로 몸을 돌보는 방법(건강식품, 건강요법, 의료 등)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실천하고 확인했다. 조금씩 몸이 나아졌다. 마흔이 넘어 변호사가 되었다.

‘(과일은) 영양소 측면에서 보자면 열량은 높고 단백질, 비타민, 미네랄은 부족한 불량식품이다. 과일을 많이 먹으면 영양소의 균형이 깨지고 혈당이 오른다. 항산화 작용으로 얻는 이익에 견주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65쪽) 나는 작은형께 전화를 걸어 과일을 그만 보내라고 당부했다. 외딴섬에서 어머니를 모시는 막내에 대한 미안함을 작은형은 냉장고에 과일이 떨어지지 않는 성심으로 대신했다. 사시사철 형은 택배로 또는 주말에 섬을 찾으면서 참외, 수박, 단감, 감귤, 포도, 복숭아, 딸기, 배, 사과, 메론 등을 끊임없이 냉장고 특선실과 야채실에 쟁였다.

‘루쉰이 어렸을 때 아버지가 피(붉은 색, 火)를 토하자, 식구들은 벼루에다 먹(검은색, 水)를 갈아서 먹였다고 한다. 검은 색이 붉은 색을 누를 수 있다는 원리에 따른 것이다.’(132쪽) 어릴 적 나는 삭은코였다. 마당에서 대야에 세수를 하면 아침마다 세숫물이 붉게 물들었다. 손가락이 콧잔등을 스쳐도 코피가 터졌다. 어르신들의 말을 따라 노간주나무 잎사귀를 연탄불에 태워 먹과 함께 간 시커먼 물을 몇날 며칠 복용했다. 어린 나로서 그보다 큰 곤욕은 없었다. 병세는 나아지지 않았다. 동네 대학생 형이 나를 읍내 이비인후과로 데려갔다. 콧속을 전기인두로 지지니 씻은 듯이 나았다.

“양의든 한의든 제도권 의학은 우리 몸을 음식과 분리된 일종의 기계로 본다.”(179쪽) 의료 시스템은 환자가 스스로 몸을 돌보기를 원치 않았다. 환자를 옥죄고 붙들어 매어 삶 전체를 지배하고 마지막에 거덜냈다. 젊은 시절 20여년을 지옥의 문 앞에서 지냈던 저자는 현대의학의 의료 시스템을 벗어남으로써 자기 삶을 찾았다. 현대인의 질병 암, 당뇨, 혈관 질환, 치아 건강, 아토피, 비만 등은 스스로 몸을 돌봐야 벗어날 수 있었다. 책은 건강에 관한 모든 것을 다룬 이 시대의 의서였다. 저자는 말했다. “스스로 몸을 돌보라, 의료 시스템에서 벗어나라, 그렇게 해야만 건강한 몸과 삶을 찾을 수 있다.” 마지막은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시 「톱질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그들이 앉아 있는 나뭇가지들을 계속해서 톱질했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더 잘 톱질할 수 있는지를

서로서로에게 소리쳐 가르쳐 주었다

그런 다음 그들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심연으로 떨어졌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사람들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러고는 다시 톱질에 열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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