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고독한 대화
지은이 : 함기석
펴낸곳 : 난다
20부 작가의 말 「벽에 오줌 누는 사람들, 우리는 진짜인가?」에서, 시인은 자신의 문학관을 이렇게 피력했다. “그들은 모두 기존의 화법과는 다른 방식으로 일생을 통해 자신과의 싸움에 치열했고 진실했다. 내가 그들의 예술과 예술 정신을 사랑하는 것은 그 때문”(441쪽)이다. 그들은 장 뒤뷔페(Jean Dubuffet, 1901 ~ 1985), 호안 미로(Joan Miro, 1893 ~ 1983), 잭슨 폴록(Jackson Pollock, 1912 ~ 1956), 윌렘 드 쿠닝(Willem de Kooning, 1904 ~ 1997), 말레비치(Kazimir Seveinovich Malevich, 1878 ~ 1935)를 가리켰다.
『고독한 대화』는 시산문집으로 시에 대한 산문이면서 산문으로 된 시(詩)였다. 「작가의 말」의 말까지, 총 20부로 나뉘어 209개의 독립된 이야기로 구성되었다. 1부에서 18부까지의 207개의 이야기는 대부분 1 ~ 2쪽이었다. 길어야 3 ~ 4쪽으로 독자가 읽기에 편한 분량이었다. 19부 희곡 「가배시광(珈琲時光)에서의 고독한 대화」는 시인과 유령의 2인극으로 실제와 재현, 인간과 언어 사이의 간극과 시는 무엇이고, 시인이란 누구인가를 자문했다.
‘흔히 시인과 수학자는 대립되는 인물로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내 몸이 이 두 대립자가 동거하는 아름다운 신혼집이라 생각하곤 한다.’(54쪽)
‘시의 대척점에 수학이 있다. 시와 수학, 이것들은 나를 이루는 두 극점이다. 나에게 이것들은 양과 음, 남극과 북극처럼 대립개념이 아니라 정正과 반反이 일체가 된 합合의 세계다.’(278쪽)
책은 수학도이기도 한 시인의 새로운 스타일의 글모음집이었다. 3부 「제로(Zero) 속의 무한(無限), 무한 속의 제로」는 수학자 시인의 ‘시에 대한 정의’였다. 마지막은 저자가 말하는 「시인」(288쪽)의 일부이다.
시인은 어둠에 휩싸인 바다를 응시하며 미래에서 불어 닥칠 태풍과 해일을 예감하는 자고 시대의 폐허 속에서 폐허의 진실을 밝히는 등대다. 그 격랑의 바다에서 시인은 언어의 그물로 세계를 포획하는 어부다. 그러나 그가 그물을 올릴 때 포획한 것의 수만 배에 달하는 것들이 그물 사이로 빠져나간다. 시인은 이 언어의 허망과 절망을 제 존재의 숙명으로 받아들여 한 송이 꽃으로 개화開化시키는 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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