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들끓는 사랑

대빈창 2018. 3. 22. 06:32

 

 

책이름 : 들끓는 사랑

지은이 : 김혜순

펴낸곳 : 학고재

 

①티베트·네팔 기행기 / 소설가 박완서, ②실크 로드 기행기 / 소설가 김영현, ③스페인 기행기 / 시인 김혜순, ④이집트 기행기 / 소설가 최수철, ⑤터키·중앙 아시아 기행기 / 시인 곽재구, ⑥이탈리아 기행기 / 시인 황지우, ⑦아일랜드 기행기 / 소설가 임철우, ⑧몽골 기행기 / 소설가 이인화, ⑨독일 기행기 / 문학평론가 김명인, ⑩프랑스 기행기 / 소설가 고종석

 

학고재에서 20여 년 전에 시리즈로 기획한 〈세계문화예술기행〉이다. 10권의 시리즈물에서 결과적으로 절반만 책으로 나왔다. 그 시절 나는 출판사 《학고재》에 필이 완전히 꽂혔다. 1994년 학고재 신서 1 으로 출간된 故 최순우 국립중앙박물관장의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를 잡고부터였다. 책 욕심이 유다른 나는 이후 학고재가 펴낸 책은 분야를 불문하고 무조건 손에 넣었다. 표지가 누렇게 바랜 수십 권의 책들이 지금도 책등을 나란히 한 채 책장 몇 칸을 차지하고 있다.

20여 년 전에 읽었던 다섯 권의 세계문화예술기행을 다시 펼치면서 시인 김혜순의 『들끓는 사랑』을 가장 먼저 손에 들었다. ‘블랙유머에 바탕을 둔 경쾌한 악마주의’로 평가받는 시인은 그동안 나와의 인연은 멀었다. 〈문학과지성 시인선 R12〉로 재출간된 『어느 별의 지옥』이 나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리 호이나키의 『산티아고 거룩한 바보들의 길』의 영향인지 모르겠다. 오래 전 나는 배낭을 메고 산티아고가는 길을 걷는 꿈을 꾸었다.

시인은 그라나다의 알함브라 궁전과 시에라네바다 산맥 속의 알푸하라스 마을, 세비아의 알까사르, 꾸에바(동굴집)의 플라멩고, 2,700개 방의 마드리드 레알 궁, 꼬르도바의 메스끼따, 그리고 세고비아 로마시대 수도교(水道橋) 유적에 발길이 머물렀다. 세르반테스의 돈 끼호테 발자취를 쫓고, 건축가 가우디의 까사 미라, 까사 바트요, 귀엘 공원, 사그라다 파밀리아(성가족 교회)를 찾았다. 미술가로 후안 미로, 파블로 피카소의 「게르니까」와 「아비뇽의 처녀들」, 엘 그레꼬의 「오르가스 백작의 매장」과 「똘레도의 풍경과 지도」, 벨라스께스의 「시녀들」, 헤로니무스 보쉬의 「건초 수레」와 「쾌락의 정원」, 그리고 고야의 「까를로스 4세 가족」, 「 마드리드, 1808년 5월 3일」, 「 옷 입은 마하」, 「 옷 벗은 마하」, 「 알바 공작 부인의 초상화」, 「 거인」, 「 아들을 잡아 먹은 사투르누스」 앞에 섰다. 스페인의 시인 훼데리코 가르시아 로르까는 ‘스페인 예술의 영혼, 그 영혼이 구현된 모습’(16쪽)을 '두엔데'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음울한 환희

죽음의 유희

고통의 즙, 웃음

죽음 + 신명

귀기 어린 신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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