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불편한 진실에 맞서 길 위에 서다

대빈창 2018. 4. 20. 07:00

 

 

책이름 : 불편한 진실에 맞서 길 위에 서다

지은이 : 홍성담

펴낸곳 : 나비의활주로

 

동학농민혁명 / 바리데기 / 오월 광주 / 세월호 참사 / 박근혜 - 최순실 게이트 / 제주 4·3 항쟁 / 일본군 성노예 / 야스쿠니 신사 / 유신 독재 / 숭례문 방화 / 태안 해양 오염사건 / 용산 참사 / 4대강 사업 / 김기종 주한미대사 테러 / 생태환경 연작 ‘나무물고기’ / 핵발전소 / 도시농업 / 홍성담·김남주·윤한봉·백남기·노무현 / 촛불혁명

 

책에 실린 화가의 미술 작품과 글이 다룬 이 땅의 역사적 사건과 인물들이다. 123개의 도판이 실렸다. 나는 성심껏 하나하나 손가락을 꼽았다. 나에게 화가 홍성담은 80년대 목판화 운동의 3대 판화가로 기억되었다. 작고한 故 오윤은 『풀빛판화시선』을 비롯한 사회과학 서적 표지를 통해 눈에 익었다. 이철수는 선가(禪家)의 언어방식으로 촌철살인의 짧은 글이 실린 판화로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홍성담은 광주오월의 화가였다. 화가는 대학을 졸업하던 1977년 무안 결핵요양소에 입원했다. 거기서 오월 광주의 상징 윤한봉과 저항시인 김남주를 만났다. 그림보다 먼저 의식화된 화가는 광주 항쟁 시민군의 문화선전대였다. 오월 광주의 빨치산이었다.

화가하면 곧 〈민족해방운동사〉사건이 떠올랐다. 1989년 7월 평양에서 제13차 세계청년학생축전이 열렸다. 전대협 소속 임수경의 방북으로 떠들썩했던 그때, 화가는 〈민족해방운동사〉 걸개그림의 슬라이드를 북한에 보냈다. 걸개그림은 세로 2.5미터, 가로 7미터의 그림 11폭이 이어진 가로 77미터의 초대형 그림이었다. 동학혁명에서 일제강점기를 거쳐 한국전쟁, 5·18 광주민중항쟁 등 우리 근현대사를 바꾼 사건 11개가 나누어 그려졌다.

국제 엠네스티가 1990년 |세계 3대 양심수|로, 뉴욕 국제정치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가 |2014년 세계를 뒤흔든 100인의 사상가|로 선정한 오월 광주의 화가 홍성담은 이렇게 말했다.

 “예술가에게 가장 비굴한 순간은 자존심을 버리는 순간이다.”

촛불혁명과 탄핵으로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2년 18대 대선 후보 시절. 화가는 「골든타임 - 닥터 최인혁, 갓 태어난 각하에게 거수경례를 하다」(222 ~ 223쪽)로 극악무도한 국가 권력을 신랄하게 풍자했다. 〈골든 타임〉은 2012년 가을 방영된 의학드라마였다. 외과의사 최인혁은 천민자본주의에 걸맞지 않은 히포크라테스의 사명을 제대로 실천하는 의사였다. 그림에서 박근헤는 박정희를 닮은 아기를 막 출산했다. 얼어붙은 최인혁은 부동자세로 거수경례를 올렸다. 화가의 예언은 적중했다. 박근혜는 그 시절 퍼스트레이디(!)였다. 박근혜 정권의 통치 방식은 유신독재와 닮았다. 국정농단의 한 축이었던 김기춘 비서실장은 유신헌법의 초안자였다. 마지막으로 화가의 예술관(222쪽)을 들어보자.

“예술은 논란을 만들어야 한다. 만약 상식적이면 예술이 아니다. 상식이면 왜 그리고 만들겠는가? 예술가는 항상 사회적 금기와 터부를 마음껏 넘나들어야 한다.(······)예술은 어떤 권력과도 불화해야 한다. 예술, 그 안에 혁명성이 내재돼 있기에 만약 기존에 있는 것을 답습한다면 예술의 생명은 끝이다. 생을 마감할 때까지 만들고, 때려 부술 수 있어야만 예술가다.”

 

p.s 레드컴플렉스 경기를 앓는 조국의 현실은 노파심에서 한마디 거들 수밖에 없다. 빨치산은 러시아어 '파르티잔'에서 유래한 말로 정규군이 아닌 무장한 비정규군을 뜻한다. 이런 의미에서 80년 오월 광주의 시민군은 빨치산이었다. 좌파는 프랑스 혁명(1789 ~ 1799) 당시, 국민 공회에서 왼편에 급진파인 자코뱅당(Jacobins)이, 오른편에 온건파인 지롱드당(Girondins)이 앉은데서 비롯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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