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죽음에 관한 유쾌한 명상
지은이 : 김영현
펴낸곳 : 시간여행
제자였던 플라톤이 남긴 『대화록』을 보면 소크라테스는 죽음을 일종의 자유라고 생각했다. 죽음을 앞둔 상황에서 그는 담대하리만치 무신경했다. 우리 모두가 두려움과 공포에 휩싸이고 외면하는 그 죽음 앞에서. 소크라테스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것은 영혼은 불멸하다는 이른바 영혼불멸설을 강력하게 믿었기 때문이다. 공자는 춘추전국시대 세상을 바로 잡으려고 중국 천지를 돌아다니며 온 몸을 던졌던 분이다. 20여 년을 권력 있는 제후나 대부들의 냉대와 문전박대를 당하면서까지. 공자는 70살을 조금 넘겨 노환으로 죽었다. 그는 의로운 죽음을 통해 생의 가치와 죽음의 가치를 극대화시켰다.
예수는 로마 식민지 변방이었던 갈릴리의 작은 마을 베들레헴의 가난한 목수의 아들로 태어났다. 예수는 학벌도 출신배경도 미미하여 기득권 계층으로부터 노골적인 무시와 경멸을 당했다. 예수는 가난하고 소외된 자들의 편에 서서 그들을 위로하고 친구가 되어 주었다. 예수는 십자가에 못이 박혀 고통스럽게 죽었다. 그에게 영적 존재는 결코 죽지 않는 영원불멸적 존재였다.
석가모니는 손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발에 흙 한 톨 묻히지 않고 자랐던 왕국의 왕자였다. 어느날 성문 밖으로 행차를 나갔다가 병든 노인들과, 가난에 찌든 사람들, 그리고 죽은 사람과 죽어가는 사람들을 보았다. 그는 생로병사(生老病死)에 의문은 품고, 궁전을 떠나 출가의 고행길에 나섰다. 석가모니는 깨달음을 얻은 후 45년 동안 가르침을 널리 편 뒤 80세에 열반에 들었다.
책은 세계 4대 성인 이외에 사상가, 심리학자, 철학자, 문인, 스님, 의사, 중국 유학자, 조선 선비, 로마제국 황제, 생물학자 등 수많은 사람이 죽음 앞에서 품은 답과 질문을 위트 있게 펼쳐놓았다. 삶과 죽음의 질문에 답하기 위해 인류는 과학, 철학, 문학, 종교 등 모든 지적 수단을 총동원했다. 작가는 말했다. “핵가족화된 사회에서 죽음은 데미지가 너무 커요. 그러다보니 웰빙산업이 번창하고, 영생교 같은 종교가 나오는 거죠. 다 죽음에 대한 공포에서 비롯돼요. 하지만 죽음은 피할 수 없는 실존적 문제입니다. 결국 죽음에 대한 태도를 바꾸는게 필요해요.”
겁이 덜컥 났다. 어릴 적부터 나는 기관지가 좋지 않았다. 보름전 새벽, 잠긴 목이 답답해 잠이 깨어 휴지에 가래를 뱉었다. 갈색 가래가 덩어리로 나왔다. 심한 날은 붉은 피까지 배어나왔다. 가슴 통증이 느껴졌다. 포털 사이트에 접속해 검색창을 두드렸다. 폐암, 폐결핵, 페렴 ······. 두려움과 공포가 밀려왔다. 유수의 국립 센터의 폐호흡기 내과 외래진료를 예약했다. 기상악화로 도선이 결항되었다. 정밀검진을 예약했다. 내일로 다가왔다. 통증도 사라지고 가래도 수그러들었지만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지금와서 돌이켜보니 몸이 피곤할 때 증세가 악화되었다. 생태주의자 헨리 데이빗 소로우, 자연주의자 스콧니어링, 생명사상가 장일순, 농본주의자 전우익, 아동문학가 권정생 등 여러 사람의 죽음이 떠올랐다. 독서 목록에서 뒤로 밀려있던 책을 서둘러 손에 폈다. 죽음에 대해 미리 알고 최소한의 준비를 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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