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북천-까마귀

대빈창 2018. 7. 19. 07:00

 

 

책이름 : 북천-까마귀

지은이 : 유홍준

펴낸곳 : 문학사상

 

2013년 제 28회 소월시문학상 수상 시인 시선집은 1부에 수상작으로 선정된 「북천-까마귀」외 24편과 신작시 27편. 자선 대표시 44편이 수록되었다. 1998년 〈시와 반시〉 신인상으로 등단한 시인은 그동안 3권의 시집을 상재했다. 『저녁의 슬하』(창비, 2011)에서 10편, 『나는, 웃는다』(창비, 2006)에서 10편, 『喪家에 모인 구두들』(실천문학사, 2004)에서 24편을 선(選)했다. 2부는 심사경위와 심사평. 시인의 수상 소감 「북천에서 소월을 올려다보다」와 문학적 자서전「어느 살생자(殺生者)의 수기」. 작품론은 문학평론가 최현식의 「‘북천’을 흐르는 당신들을 묻다」, 작가론은 시인 장철문의 「유홍준은 ‘종달새’를 발음할 수 없다」, 문학평론가 권영민과의 대담 「까마귀가 되어 북천 하늘을 날아오르다」, 평론은 시인·문학평론가 남진우의 「카니발리즘을 넘어서」. 시인 자선 연보로 구성되었다.

나는 인터넷을 떠돌다 시인의 「喪家에 모인 구두들」을 읽고 필이 꽂혔다. 편집증적 강박증은 시인의 첫 시집을 손에 넣어야 직성이 풀렸다. 하지만 온라인 중고서적도 나의 갈망을 풀어주지 못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저녁의 슬하』로 허기를 달랬다. 운이 좋았다. 4쇄를 찍은 『喪家에 모인 구두들』을 손에 잡을 수 있었다. 나는 시인의 네 번째 시집을 기다렸다. 문학상 수상 시선집에 눈길도 주지 않았다. 분명 『북천』이라는 표제를 달고 나올 것 만 같았다. 7년의 세월이 흘렀는데도 새 시집은 감감무소식이었다.

시간은 흘러갔고, 우연치 않게 읍내 군립도서관에 들렀다가 시선집이 눈에 뜨였다. 서해 작은 외딴섬의 독서는 도서관의 책을 대여하기보다, 온라인 서적이나 읍내 책방을 통해 책을 직접 손에 넣었다. 아무튼 군립도서관의 첫 대여 책이 이 시선집이었다. 시인의 네번 째 시집을 기다리던 나에게 시선집은 신간 시집이나 다름없었다. 신작 시가  52편이나 실렸다. 심사위원들은 「북천」 연작시에 이렇게 입을 모았다. “시적 시공간의 설정 자체가 일상적 경험과 연결되어 있지만 죽음에 관한 시인의 사유 방식이 그 폭과 깊이를 더하고 있다는 점에서 최근 한국 현대시 가운데 주목되는 성과에 해당한다”고. 시인은 현재 경남 하동군 북천면에 있는 이병주문학관의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다. 마지막은 시선집을 여는 첫 시  「북천-까마귀」(17쪽)의 전문이다.

 

어제 앉은 데 오늘도 앉아 있다 // 지푸라기가 흩어져 있고 바람이 날아다니고 // 계속해서 // 무얼 더 먹을 게 있는지, // 새카만 놈이 새카만 놈을 엎치락뒤치락 쫓아내며 쪼고 있다 // 전봇대는 일렬로 늘어서 있고 차들은 휑하니 지나가고 // 내용도 없이 // 나는 어제 걸었던 들길을 걸어나간다 // 사랑도 없이 싸움도 없이, 까마귀야 너처럼 까만 외투를 입은 나는 오늘 하루를 보낸다 // 원인도 없이 내용도 없이 저 들길 끝까지 갔다가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