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질문 있습니다
지은이 : 김현
펴낸곳 : 서랍의날씨
시인의 첫 시집 『글로리홀』(문학과지성사, 2014)은 내게 꽤나 낯설고 불편했다. 퀴어, 섹스, 정치, SF, 문학, 음악, 영화……. 온갖 은유로 뒤범벅된 시편을 읽어나가기에 나는 너무 단순한지 몰랐다. 255쪽에 달하는 부피의 시집. 이렇게 두터워도 되는지 의아해하며 낯선 시인의 첫 시집을 호기심으로 가트에 넣었다. 두 번째 시집 『입술을 열면』(창비, 2018)과 산문집 『질문 있습니다』(서랍의날씨, 2018)가 비슷한 시기에 나왔다. 산문집을 펴낸 출판사가 낯설었다. 잠시 시인 이정록의 산문집 『시인의 서랍』(한겨레출판, 2012)를 떠올렸다. 세상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가부장제 한국사회에서 계급적·성적 이중 억압에 신음하던 한국 여성들이 힘겹게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 싸움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나는 산문집을 집어 들었다. 표제 「질문 있습니다」는 2016년에 발표된 문단 내 여성 혐오와 성폭력을 고발한 글이었다.
34편의 산문이 묶인 책의 글은 두 부류로 나누어졌다. 페미니즘, 인권, 성소수자, 철거민, 4대강, 세월호, 강정 해군기지 등 참여문인으로서의 사회·정치적 발언과 작가 초상, 서평, 여행, 연애에 대한 가벼운(?) 이야기들이다. 시인의 동료작가로 박상순 시인, 조해진 소설가, 강성은 시인, 박시하 시인, 유채림 소설가, 시인 박준, 시인 신미나와 밥집으로 홍대 ‘두리반’이 나왔다. 첫 시집의 「초씨전」(184 ~ 187쪽)의 한 구절 ‘그때가 명박한 쥐의 대가리가 끊긴 날이요,'가 떠올랐다. 글 꼭지 「강의 원본」에서 동네 놀이터의 꼬맹이들이 부르는 노래였다.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밥 먹는다.”
“무슨 반찬?”
“쥐새끼 반찬.”
“죽었니, 살았니?”
“죽었다.”
그렇다. 쥐라는 닉네임(?)의 그는 천인공노할 4대강 사업으로 22조라는 천문학적 액수를 쏟아 부어 금수강산을 작살냈다. 가난한 노동자들이 밤샘작업에 시달리다 20여명이 죽었다. 돈벌레로 전락한 인간이기를 포기한 이들과 '예수천국 불신지옥'을 입에달고 사는 이들이 합심하여 희대의 사기꾼을 지도자로 뽑았다. 그 5년 동안 한국 사회는 엄청난 대가를 지불해야만 했다. 다행스럽게 하늘은 이 땅의 사람들을 버리지 않았다. 2016 - 2017년 한겨울 전국을 밝힌 촛불혁명으로 적폐의 한 축이었던 그는 서울동부구치소에 수감되었다. 제대로 생각할 줄 아는 이들이 당연히 예상했 듯 그는 재판정에서 건강을 불모로, 치사한 졸렬함을 여전히 과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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