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바다 속의 흰머리뫼

대빈창 2018. 7. 30. 07:00

 

 

책이름 : 바다 속의 흰머리뫼

지은이 : 박남철

펴낸곳 : 문학과지성사

 

내 할머님의 / 친정이신 오도1리에서 / 바라보는 그 북녘, / 바다 한가운데 / (내려다보면······ / 하늘못도 하나 보이는)

의, 흰머리, 의 / 그 “정,” 삼각의 몸통과 / 그 새까만 아랫도리는, / 그 예쁘기까지 한 흰섬, / 그 까치섬은 언제나 나를 / 깊이깊이 꿈처럼, / 태몽처럼, 나를 부른다.

 

‘바다 속의 흰머리뫼’, ‘고래의 항진 Ⅱ’라는 두 개의 부제를 가진 「흰머리뫼」(87 ~ 89쪽)의 4·5연이다. 각주에 따르면 ‘검댕이 마을’ 오도2리는 시인의 외갓집 마을이었다. 오도1리에서 바라다 보이는 북녘 바다의 여(嶼)를 백도(白島) 또는 작도(鵲島)라 했다. 여(嶼)는 중하단부는 새까맣고, 봉우리는 갈매기 배설물로 하얗게 빛났다.

『바다 속의 흰머리뫼』는 1980년대 황지우, 이성복과 더불어 해체시의 선두 주자로 불렸던 박남철(1953 ~ 2014)의 여섯 번째 시집이다. 몇 권의 황지우 시집과  이성복의 시집과 산문집을 가까이 했다. 고인이 된 시인의 시집을 처음 손에 펼쳤다. 박남철은 반지성주의적 양식 파괴와 자기 고백적 현실 해체 양식의 시를 보여주었다. 시인은 서정시의 형식을 파괴하여 ‘시단의 반란자’로 불리었다. 평론가의 말을 빌리면 시인은 ‘예술은 추악한 것이며, 예술가들은 자신을 과신하는 존재이다.’(198쪽)라고 생각했다.

3부에 나뉘어 실린 34편의 시는 대부분 분량이 길었다. 문학평론가 김주연의 해설 「지상의 고래여, 바다로 가자」까지 211쪽의 두꺼운 부피를 자량했다. 시편들은 ‘시와 삶을 일원화하는 새로운 형식 실험’을 보여주었다. 인터넷에서 원용한 글이 주석처럼 달라붙었다. 대중가요와 팝가수의 영어 원문, 심지어 김덕수 사물놀이패와 국악인 김영임의 회심곡이 등장했다.

 

김신우 / Rod Stewart / 정태춘 / George Harrison / 조용필 / 박은옥 / Toto / Dschinghis Khan / 박건 / 최백호 / 안치환 / 김덕수 사물놀이 / John Denver / Neil Diamond / 송골매 / 송창식 / 이범용 & 한명훈 / 김영임 회심곡 / 한영애 / 서유석

 

'책을 되새김질하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극지의 시  (0) 2018.08.10
장정일의 공부  (0) 2018.08.06
삼시세끼 아빠의 제철집밥  (0) 2018.07.26
질문 있습니다  (0) 2018.07.23
북천-까마귀  (0) 2018.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