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극지의 시
지은이 : 이성복
펴낸곳 : 문학과지성사
이성복 시인은 3년 전 『극지의 시』, 『불화하는 말들』, 『무한화서』 3권의 시론(時論)집을 한꺼번에 냈다. 시인의 초창기 시집 두 권과 《문학과지성사》에서 재출간된 시집, 그리고 아포리즘 모음집과 긴 표제의 산문집을 잡았던 나는 머뭇거렸다. 온라인 서적 가트에 넣었다 빼기가 몇 차례였던가. 1쇄 초판이 나오고, 2년 6개월이 흘러서야 나는 세 권의 시론집을 세트로 손에 넣었다. 책들은 A4 용지 절반 크기로, 쪽수도 200여 쪽이 채 안되어 읽기에 편했다. 나는 순서대로 『극지의 시』부터 손에 잡았다.
책은 「자서自序」에서 밝혔듯이 2014년 후반기와 2015년 초반의 강의, 대담, 수상소감 등을 시간 순서대로 묶었다. 첫 글 「극지極地의 시」는 제11회 이육사 시문학상 수상소감으로 표제를 따왔다. 1977년 등단한 시인은 시력이 40년을 넘어섰다. 시인은 여전했다. “시가 지향하는 자리, 시인이 머물러야 하는 자리는 더 이상 물러설 수도 나아갈 수도 없는 ‘극지’이고, 그 지점에 남아 있기 위해서는 무작정 버티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12쪽) 둘째 글부터 열세 번째 글은 대학 강의를 엮었고, 마지막 글「위기지학爲己之學의 시」는 이우성과의 대담으로 『ARENA』 2015년 3월호에 실렸다. 마지막은 시인이 가장 사랑하는 세 개의 문장이다.
‘가장 값진 것을 보기 위해 잠깐 눈을 감는다. 가장 참된 것을 듣기 위해 잠시 귀를 닫는다. 가장 진실한 말을 하기 위해 침묵 속에서 기다리고 있다.’ - 눈이 안 보이는 남자와 척추장애를 가진 여자의 사랑얘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달팽이 별」에서
‘이 길과 저 길이 상관없는 거 같죠? 사실은 다 연결되어 있어요. 뭐든지 두드려보면 다 찾을 수 있어요. 처음엔 아닌 것 같아도 다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결국은 길을 찾는 거예요.’ - 개그맨 김국진씨 인터뷰에서
‘입이 벌어질 정도로 어마어마한 남벽 아래서 긴 호흡 한번 내쉬고, 우리는 없는 길을 가야 한다. 길은 오로지 우리 몸속에 있다는 것을 깨달으며, 밀고 나가야 한다. 어떤 행운도 어떤 요행도 없고, 위로도 아래로도 나 있지 않은 길을 살아서 돌아와야 한다.’ - 조난당한 안나푸르나 젊은 등반대원의 일기장에 적힌 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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