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강화도 지오그래피
지은이 : 함민복외 16인
펴낸곳 : 작가정신
함민복 - 전등사 / 이광식 - 별관측 성지 강화도 / 이기섭 - 저어새 / 이민자 - 강화 나들길 / 하문식 - 강화 고인돌 / 김기석 - 성공회 강화성당 / 정우봉 - 강화도 여성 기록물 『병인양안록』 / 김형우 - 강화도 불교문화(전등사, 오련사, 보문사, 정수사) / 조희정 - 김성수 성공회 대주교 / 김귀옥 - 죽산 조봉암 / 최지혜 - 송암 박두성(훈맹정음 창안) / 심경호 - 명미당 이건창 / 이상교 - 전설(삼랑성, 전등사, 살창리, 손돌목) / 구효서 - 6·70년대 소설가의 고향(하점) 풍경 / 성석제 - 강화의 맛(우리옥, 졸복맑은탕, 강화도 국숫집) / 신영복 - 하일리 노을, 철산리 강과 바다 / 이동미 - 화남(華南) 고재형(高在亨)의 심도기행(沈都紀行)
책은 시인, 소설가, 여행작가, 아동문학가, 역사학자, 국문학자, 신학자, 한문학자, 사회학자 등 강화도의 자연, 역사, 사람, 문화에 대한 17편의 글 모음집이었다. 나는 글을 읽어나가다 새삼 깨달았다. 사람과 글도 시간과 장소와 때가 맞는 인연이 있었다. 두 편의 재수록된 글 때문이었다. 첫 글 함민복의 「전등사에서 길을 생각하다」는 시인의 세 번째 산문집 『길들은 다 일가친척이다』(현대문학, 2009)에, 故 신영복의 「하일리의 저녁노을, 철산리의 강과 바다」는 『나무야 나무야』(돌베개, 1996)에 실렸다. 자필서명이 든 시인의 산문집은 직접 건네받았고, 고인이 된 선생의 글은 나의 삶의 지남철이었다. 나의 책 읽는 습관은 같은 책을 두 번 잡지 않았었다. 『강화도 지오그래피』에서 다시 만난 선생과 시인의 글은 행간에서 마음의 결이 느껴질 것만 같았다.
백두산과 한라산의 거리가 같은 마니산을 품은 우리나라에서 네 번째로 큰 섬 강화도. 〔사단법인 강화도 나들길 이사장〕 이민자는 이렇게 말했다. “일 년 열 두 달 마르지 않는 수로 안으로 해와 달이 뜨고 지는 섬. 멸종 위기의 매화마름이 피는 섬. 전설과 역사가 하나의 고리로 엮여 있는 섬.”(75쪽)이라고. 음식이야기 산문집인 『칼과 황홀』(문학동네, 2011)을 펴낸 소설가답게 성석제는 강화도의 맛에 대해 일가견을 피력했다. 맵싸한 순무김치의 본향 강화도 밥집 〔우리옥〕, 밥도둑을 넘어 선 술도적 ‘졸복맑은탕’, 소설가가 강화도를 찾을 때마다 100번 이상 들른 단골집. “냄새는 버스정류장 바로 곁에 있는 국숫집에서 나고 있었다. 제대로 된 간판이 없었기에 냄새가 아니었으면 국숫집인지도 몰랐다.”(319쪽)
그렇다. 읍내 중앙에 자리 잡았던 강화터미널은 외곽으로 이사했다. 소설가가 말한 버스정류장은 이제 구터미널이라고 불렸다. 터미널 건물은 그대로였다. 내가 외딴 섬으로 들어온 지 강산도 변한다는 10년 세월이 차고 넘쳤다. 여적 간판 없는 국숫집이 성업 중인지 모르겠다. 많은 시간이 흘렀다. 오래 전 나의 발걸음은 간판하나 없는 반지하 국숫집으로 향했다. 잊을 수 없는 맛이었다. 메뉴는 딱 두 가지. 잔치국수와 비빔국수. 노란주전자에 담긴 육수가 먼저 나왔다. 할머니의 손맛은 오랜 세월 변함이 없었다. 글줄을 이어나가는 지금. 나의 조갈증은 강화읍 구터미널로 달려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