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내 청춘의 격렬비열도엔 아직도 음악 같은 눈이 내리지

대빈창 2018. 7. 9. 05:44

 

 

책이름 : 내 청춘의 격렬비열도엔 아직도 음악 같은 눈이 내리지

지은이 : 박정대

펴낸곳 : 민음사

 

『단편들』(세계사, 1997) / 『내 청춘의 격렬비열도엔 아직도 음악 같은 눈이 내리지』(민음사, 2001) / 『아무르 기타』(문학사상, 2004;최측의농간, 2018) / 『사랑과 열병의 화학적 근원』(뿔, 2007) / 『삶이라는 직업』(문학과지성사, 2011) / 『모든 가능성의 거리』(문예중앙, 2011) / 『체 게바라 만세』(실천문학사, 2014) / 『그녀에서 영원까지』(문학동네, 2016)

 

박. 정. 대. 8권의 시집을 상재한 시인을 나는 몰랐다. 재출간전문출판사 〈최측의농간〉이 예약판매하는 시집을 보고 알았다. 시인은 시단의 ‘혁명적 낭만주의자’로 불리었다. 마음이 급해졌다. 읍내의 유일한 서점에 시인이 펴낸 시집 전부를 주문했다. 품절과 재출간되기 전의 시집을 제외한 네 권이 손에 들렸다. 가장 묵은 두 번째 시집부터 펼쳤다.

시집은 4부에 나뉘어 44편이 실렸다. 허혜정(시인·문학평론가)의 짧은 발문(跋文) 2쪽이 실렸을 뿐인데, 부피 있는 시편들로 시집은 172쪽이나 되었다. 4부를 이루는 장시 「음악들」은 서너 행이 한 장을 이룬 91장으로 구성되었다. 표제 ‘내 청춘의 격렬비열도엔 아직도 음악 같은 눈이 내리지’는 3부의 마지막 두 번째 시 「음악들」(139쪽)과 4부 장시 「음악들」(158쪽)의 47장의 마지막 구절로 두 번 등장했다. 시편들마다 반복되는 이미지가 자주 나타났다. 촛불, 눈물, 음악, 페루, 달, 불꽃, 술, 담배, 달빛, 나비의 경계 등.

 

5 집으로 가는 길

아무르, 아무르, 아무우르

이제 첫눈이 오리

덕적도에, 인천에, 은율에, 정선에, 백석에, 격렬비열도엔

늦은 가을바람은 햇살을 뱃고동처럼 물고 와서는 그래도는 서럽고 맑은 눈동자들에게 한 짐씩 부리고 간다

음악이 있어서 좋았던 것이다

때죽나무 사이로, 바람이 불어

 

‘석남에게’라는 부제가 붙은 「집으로 가는 길」(120 ~ 124쪽)의 5장이다. 덕적도는 시인 장석남의 고향이다. 정선은 시인의 고향이다. 백석은 이 땅에서 대중에게 가장 사랑받는 시인이다. 『아무르 기타』는 2004년 문학사상에서 출간된 시인의 세 번째 시집으로, 2018년 〈최측의농간〉에서 재출간되었다. 격렬비열도(格列飛列島)는 충남 태안반도 관장곶에서 서쪽 55㎞ 해상의 최서단 고도(孤島)다. 무인도인 남격렬비열도, 서격렬비열도와 유인등대가 있는 북격렬비열도로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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