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할머니의 마지막 손님
글쓴이 : 임정자
그린이 : 권정선
펴낸곳 : 한겨레아이들
『누가 말을 죽였을까』(소설집, 2010) / 『천재토끼 차상문』(장편소설, 2012) / 『불온한 응시』(소설집, 2014) / 『그 사람은 돌아오고 나는 거기 없었네』(시집, 2016)
『똥 찾아가세요』(동시집, 2011) / 『부슬비 내리던 장날』(동시집, 2013) / 『변두리』(청소년장편소설, 2015) / 『할머니의 마지막 손님』(동화, 2017)
권정생어린이문화재단에서 선정하는 권정생창작기금 수혜작은 일반문학과 아동문학이 격년제로 수여되었다. 2017년 제8회 수혜작은 어린이의 마음을 가장 잘 이해하는 작가로 평가받는 임정자의 동화 『할머니의 마지막 손님』(한겨레아이들, 2015)한테 돌아갔다.
‘할머니는 동백나무 우거진 섬마을에 삽니다. 섬마을 갯가에는 동글동글한 조약돌 밭이 펼쳐져 있습니다. 파도가 갯돌 위로 밀려왔다 쓸려 갈 때면 다그르르 다그르르 소리가 납니다.’(6쪽) 나는 구절을 읽으며 보길도 예송리 해변의 해조음을 떠올렸다. 나의 짐작이 맞았다. 「작가의 말」에서 밝혔듯이 작가는 보길도 예송리 당산나무 취재를 갔다가 굴곡진 이 땅의 근현대사를 힘겹게 건너오신 할머니를 만났다. 할머니는 가족을 잃거나 헤어져서 홀로 민박을 치며 어렵게 삶을 꾸려 나갔다. 할머니의 삶은 작가의 말대로 ‘그 자체가 아프고 어두운 우리의 근현대사이자, 맨얼굴’이었다.
할머니 남편은 한국전쟁 때 빨갱이로 몰려 총살당했다. 할머니 손윗동서와 자식들 네 명을 데리고 지금의 섬으로 야반도주했다. 아들은 뱃사람이 되어 집안을 꾸려나가다 수중고혼이 되었다. 며느리를 친정으로 보내고 손자를 키웠다. 할머니가 시집 간 섬은 소안도(所安島)가 분명했다. 소안도는 일제강점기 사회주의 세력의 항일투쟁이 가장 드셌던 섬이었다. 소안도는 69명의 독립운동가와 20명의 독립유공자를 배출한 항일운동의 성지였다. 소안도는 한국전쟁 때 1000여명이 희생되었다. 국민보도연맹 사건이었다. 국민보도연맹은 1949년 6월 5일 이승만 정권이 ‘좌익사상에 물든 사람들을 사상 전향시켜 이들을 보호하고 인도한다’는 명분으로 만든 반공단체였다. 1949년 말 연맹 가입자는 30만 명에 달했다. 한국전쟁이 터지자 이승만 정권은 북한군에 동조할 가능성이 있다며 국민보도연맹원 전원을 처형하라는 특별 명령을 내렸다.
작가의 수혜소감을 읽다 어쩔 수없이 울컥 했다. “역사가, 나라가, 우리가 아무런 위로의 말조차 해주지 않은 우리 어머니들, 더럽고 냄새나고 무식하다며 밀어내 버리는 우리 할머니들의 삶을 쓰다듬듯 쓰고 싶었습니다. 사느라 수고하셨다고. 견뎌내 주셔서 고맙다고, 그 덕에 우리가 이렇게 살아가고 있다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어둔 방에 홀로 누워, 소리 없는 노래를 부르다가 임종을 맞을 수많은 할머니들의 마지막 순간을 정성 다해 쓰고 싶었습니다.” 할머니는 마지막 손님인 죽음을 앞두고 당할머니를 찾았다. 인사하고 돌아서는 할머니께 당할머니가 두 팔을 활짝 펴들고 방그레 웃으며 서 있었다.
'책을 되새김질하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 청춘의 격렬비열도엔 아직도 음악 같은 눈이 내리지 (0) | 2018.07.09 |
---|---|
삶을 일깨우는 시골살이 (0) | 2018.07.02 |
달의 이마에는 물결무늬 자국 (0) | 2018.06.27 |
녹색세계사 (0) | 2018.06.25 |
기억이동장치 (0) | 2018.06.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