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녹색세계사

대빈창 2018. 6. 25. 07:00

 

 

책이름 : 녹색세계사 1·2

지은이 : 클라이브 폰팅

옮긴이 : 이진아

펴낸곳 : 심지

 

책씻이한 책은 도서출판 〈심지〉의 두 권짜리 『녹색세계사』로 1996년에 나온 3쇄였다. 초판 1쇄는 1995년에 발행되었다. 책술에 인천 부평 한겨레문고의 심벌마크가 파란잉크로, 1996. 7. 29라는 구입 날짜가 붉은 잉크 고무인으로 찍혔다. 뜨거운 한 여름 대처에 나가 생태환경에 대한 책을 손에 넣은 것이다. 600여 쪽에 달하는 책을 끝내지 못하고 중동무이했다. 지금도 기억나는데 무슨 일로 Ⅱ권의 중간쯤 읽다가 책읽기를 그만두고 책장에 꽂아두었다. 16년 만에 홍성의 생태출판사 〈그물코〉에서 지구환경 관련 데이터를 업데이트한 개정 합본판으로 나왔다. 나는 누렇게 책술이 바랜 세상에 나온 지 20년을 훌쩍 넘긴 책을 다시 펴들었다. 표지 사진은 이스터 섬의 모아이 석상이었다.

책은 17개의 장으로 구성되었고, 첫 장은 「이스터 섬의 교훈」이었다. 면적이 겨우 120㎞인 이스터 섬(Easter Island)은 남아메리카 서부에서 3,700㎞나 떨어진 외딴 섬이다. 1722년 부활절(Easter)에 아레나호의 네덜란드인 선장 로헤밴 제독이 유럽인으로 처음 섬을 발견했다. 섬 전체에 평균 6m 높이의 600여개의 거대한 석상과 300여개의 미완성 석상이 라노라라쿠 채석장에 널브러져 있었다. 3000여명의 원시 부족은 갈대 집과 동굴에 기거하며 식인풍습과 끊임없이 전쟁을 일삼았다. 이스터 섬의 미스터리를 이해할 수 있는 열쇠는 섬 전체의 산림 파괴로 인한 거대한 환경파괴였다. 섬의 인구는 전성기인 1550년에 7000명에 이르렀다. 부족은 아후(ahu, 묘지, 조상숭배 그리고 죽은 족장을 추도하기 위한 기념물)의 조각과 건설에 매달렸다. 거대 석상을 옮기기 위해 한정된 자원인 나무를 마구 베어내 울창했던 산림이 황무지로 변했다. 이스터 섬은 1000년 동안 번성했지만 늘어나는 인구와 문화적 야심으로 환경이 파괴되자 다시 야만 상태로 돌아갔다.

인류와 직계 조상이 살아 온 200만년에서 최근 2000 ~ 3000년을 제외한 99%의 오랜기간 인류는 수렵채취로 살아왔다. 1만년 전 농경이 시작되었고, 메소포타미아, 인더스, 중앙아메리카 고대(아즈텍, 마야)문명은 환경 파괴로 무너졌다. 19세기 산업혁명의 화석연료 사용은 인류의 생존에 최대 시련으로 다가왔다. 인류는 개발과 발전이라는 미명아래 대기·수질·토양 오염, 산성비에 의한 국제적 오염, 핵 발전소 폭발과 쌓여가는 핵폐기물, 오존층 파괴, 이상기후와 지구온난화 등 제 발등을 스스로 찍었다. 책은 자연 파괴가 어떻게 수많은 문명을 파괴했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저자의 충고에 귀를 기울였어야했다. “지구는 닫힌 체계이다. 아무것도 여기서 빠져 나갈 수 없다. 쓰레기들은 모두 지구의 어디엔가로 가지 않으면 안된다. 이 사실과, 모든 생명체에 필요한 자원이 한정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생명에 필요한 물질들은 반드시 순환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간 또한 지구 생태계의 일부이다.” 초판본이 나온 지 20여년이 흐른 지금, 인류는 지옥행 급행열차에 갇혀 심연으로 끝없이 떨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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