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사막에 묻힌 태양
지은이 : 최수철
펴낸곳 : 학고재
『사막에 묻힌 태양』은 한국인이 직접 답사하며 쓴 최초의 이집트 문화예술 탐사의 의미를 가졌다. 저자의 이집트 전역에 산재한 고대 유적 답사는 고난의 연속이었다. ‘낮에는 거대한 건물의 환풍구 속에 들어와 있는 듯 했다.(······)밤에는 온 몸이 뜨뜻한 물속에 잠겨 있어서 살에서 흐르는 땀이 그대로 물속으로 스며들고 있는 듯 했다.’(159 ~ 160쪽) 소설가의 한 달 남짓한 이집트 여행은 이렇게 끝을 맺었다. “고대 이집트인들에게 육신은 태양의 거처였다. 그들이 사막에 묻은 것은 죽은 자의 육신이 아니라 태양이었다.”(307쪽) 고대 이집트인들은 피라미드를 하늘에 오르는 성스러운 계단이자 무한한 삶으로 들어가는 영겁의 문으로 생각했다. 피라미드는 복합 구조물이었다. 장제전(葬祭殿)은 왕에 바쳐진 중심사원이었고, 사람들을 맞이하는 환영 성소는 나일강변의 조그만 사원으로 참도(포장도로)로 연결되었다. 스핑크스는 피라미드의 수호신이었고, 피라미드는 파라오 장례 구조물이었다.
저자의 발걸음을 쫓아가며, 놀란 것은 고대 이집트 유적의 압도적인 크기였다. 쿠푸왕 피라미드는 지구상 가장 큰 무덤으로, 가슴 높이의 돌덩어리 260만개가 들어갔다. 스핑크스는 높이가 21미터에 이르는 인면수신(人面獸神)의 조각상이었다. 아부심벨 신전은 높이 33미터, 너비 38미터에 이르는 거대 신전으로 전면은 높이 20미터의 람세스2세 거상 4개가 서있다. 카르나크 아몬 대신전 제1탑문은 높이 115미터, 너비 43미터로 이집트 전역에서 가장 크고, 대열주실은 높이 23미터, 둘레 15미터의 기둥들 134개가 숲을 이루었다. 알렉산드리아 그레코로만 박물관의 로제타석 사본이 반가웠다. 나폴레옹 군대 보병사관 부사르가 알렉산드리아 동쪽 로제타에서 발견한 현무암 판석으로 후에 샹폴리옹의 이집트 상형문자 해독의 결정적인 열쇠가 되었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제국 원정 중 메소포타미아 바빌론에서 죽었다. 부장 프톨레마이오스는 대왕의 시신을 알렉산드리아로 옮기고 자신의 왕국을 건설했다. 이집트 프톨레마이오스 끝머리 여왕이 클레오파트라였다.
문인들이 쓴 세계 기행문 시리즈로 학고재가 펴낸 ≪세계문화예술기행≫은 10권으로 기획되었으나, 절반만 출간되었다. 두고두고 아쉬웠다. 속표지의 옆모습이 실린 소설가가 앳되보였다. 10명의 필진은 당대의 내로라하는 문사였다. 책장의 책을 들썩이지 않아도 나는 필진의 등단작이나 대표작을 열거할 수 있었다. 소설가 박완서 - 「엄마의 말뚝 2」, 소설가 김영현 - 「깊은 강은 멀리 흐른다」, 시인 김혜순 - 「어느 별의 지옥」, 소설가 최수철 - 「얼음의 도가니」, 시인 곽재구 - 「사평역에서」, 시인 황지우 - 「화엄 광주」, 시인 김승희 - 「미완성을 위한 연가」, 소설가 임철우 - 「붉은 방」, 소설가 이인화 - 「시인의 별」, 문학평론가 김명인 - 「지식인 문학의 위기와 새로운 민족문학의 구상」, 소설가 고종석 - 「제망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