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바다맛 기행

대빈창 2018. 10. 19. 07:00

 

 

책이름 : 바다맛 기행

지은이 : 김준

펴낸곳 : 자연과생태

 

그동안 전남발전연구원 책임연구위원으로 해양학자 김준의 『김준의 갯벌 이야기』(이후, 2009)와 『섬: 살이』(2016, 가지)를 잡았다. 올해 『바다맛 기행 3』(자연과생태, 2018)가 새로 나왔다. 책을 너무 오래 묵혔다. 『바다맛 기행 3』를 온라인 서적 가트에 넣고, 『바다맛 기행』(자연과생태, 2013)을 잡았다. 올 여름 더위는 보약에 비유되는 제철 해산물을 담은 이야기를 읽으며 이겨냈다. 내 방은 온돌방에 돗자리를 깔아 등을 대고 누우면 시원하기 그지 없었다.

 

돌미역 / 제주 해녀 / 쭈꾸미 / 숭어 / 밴댕이 / 젓새우 / 천일염 / 함초 / 칠게 / 민어 / 병어 / 전복 / 오징어 / 전어 / 굴 / 낙지 / 멸치 / 문어 / 매생이 / 감태(가시파래) / 김 / 대구 / 과메기 / 명태 / 홍어 / 갯살림

 

책은 바다생물과 우리 음식 이야기로 제철에 주요 산지를 찾아 발품을 판다면 90%의 맛을 보장받을 수 있다고 했다. 우리 바다에서 나는 선조들이 즐겨 찾던 대표 해산물과 마을 주민들이 공동으로 관리하는 어장을 갱번이라 부르며 지혜롭게 관리하는 어민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글 꼭지는 뻣뻣하기 그지없는 진도 돌미역으로 시작해, 알싸한 흑산도 홍어와 ‘갯살림’으로 끝을 맺었다. 인간의 탐욕 앞에 서해안의 해안선이 20세기 초보다 40퍼센트나 감소했다. 저자는 이렇게 안타까워했다. “갯벌공동체는 수천 년 동안 변함없이 적절한 선을 지키며 공존해 왔지만, 인간이 그 선을 깨버렸다. 갯벌의 자원은 고갈되어가고, 균형은 차츰 깨졌다. 그 결과 갯벌 생물들이 모두 피해를 입게 되고, 갯벌의 한 구성원이었던 우리 역시 예외일 수밖에 없다.”(262쪽) 표지사진은 지주식 매생이 양식장 전경이다.

마지막은 책을 읽어나가다 흥미를 느낀 해산물 이름의 기원이다. ‘밴댕이’는 서유구의 《난호어묵지》에 ‘반당이’라고 기록되어 있는데, 여기서 유래한 것으로 추정된다. 오징어는 한자로 오적어(烏賊魚)라고 한다. 《남월지(南越志)》에 이르기를 그 성질이 까마귀를 즐겨 먹어서, 매일 물 위에 떠 있다가 날아가던 까마귀가 죽은 줄 알고 쪼면 까마귀를 감아 잡아서 물속에 들어가 먹었다고 한다. 《전어지》는 부귀를 떠나 모든 사람이 좋아해 사는 이가 돈을 생각하지 않아 전어(錢魚)라고 했다. 해태 혹은 해의가 ‘김’이라고 불리기 시작한 사연은 왕이 수라로 올라온 광양 김을 맛있게 먹었는데 음식 이름을 아는 이가 없었다. 한 신하가 ‘광양 땅에 사는 김 아무개가 만든 음식입니다’라고 아뢰자, 임금이 이에 그의 이름을 따서 ‘김’이라고 부르도록 했다. 과메기는 청어의 눈을 꼬챙이로 꿰어 말렸다는 의미다. 한자로 관목청어(貫目靑魚)가 된다. 과메기의 고장 구룡포 말로 ‘목’은 ‘메기’, ‘미기’라고 한다. 이유원의 임하일기(1871)에 소개된 명태의 기원이 재미났다. 명천(明川)에 태씨(太氏) 성을 가진 어부가 어느날 낚시로 잡은 물고기 한 마리를 도백(道伯)에게 드렸다. 맛있게 먹은 물고기 이름을 아무도 모르자 도백이 말했다. “명천의 태씨가 잡았으니, 명태라고 이름을 붙이면 좋겠다.”

 

'책을 되새김질하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배는 그만두고 뗏목을 타지  (0) 2018.10.25
가뜬한 잠  (0) 2018.10.22
한국단편문학선 1  (0) 2018.10.08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옛글 백가지  (0) 2018.10.01
은폐된 원자력 핵의 진실  (0) 2018.0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