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한국단편문학선 1
엮은이 : 이남호
펴낸곳 : 민음사
김동인 - 「감자」, 「발가락이 닮았다」 / 현진건 - 「빈처」, 「운수 좋은 날」 / 이광수 - 「무명」 / 나도향 - 「물레방아」 / 최서해 - 「홍염(紅焰)」 / 김유정 - 「동백꽃」, 「만무방」 / 채만식 - 「맹 순사(孟巡査)」, 「치숙(痴叔)」 / 이상 - 「날개」 / 이효석 - 「산」, 「모밀꽃 필 무렵」 / 이태준 - 「밤길」, 「토끼 이야기」 / 정비석 - 「성황당(城隍堂)」 / 염상섭 - 「임종(臨終)」, 「두 파산(破産)」
책에 실린 12명의 작가와 19편의 단편소설이다. 한국의 현대 단편소설은 1920년 초 김동인에서 시작되어, 1930년대 이태준이 한 획을 그었다고 평가되었다. 이 땅에서 태어나고 자라 제도교육을 받은 평범한 장삼이사(張三李四)들은 위 작품의 2/3 이상은 교과서에서 낯이 익었을 것이다.
「동백꽃」을 읽어나가다 여기서 나도 모르게 무릎을 쳤다. ‘산기슭에 널려 있는 굵은 바윗돌 틈에 노란 동백꽃이 소보록하니 깔리었다.’(184쪽) 김유정의 소설은 농촌을 배경으로 사실적으로 그려 낸 것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동백꽃이 노랗다니. 여기서 노란 동백꽃은 생강나무 꽃을 가리켰다. 동백은 남도에서 자라는 겨울 푸른잎 나무로 상록활엽 소교목이고, 생강나무는 낙엽 관목으로 내륙에서 자라는 나무다. 생강나무 열매의 딱딱한 겉껍질을 깨고 속의 과육으로 기름을 짜서 여인네들은 머릿기름으로 썼다. 동백이 자라지 못하는 내륙에서 생강나무 열매 기름을 동백기름이라 불렀다.
한글맞춤법 표기법에 따랐다고 하나 나는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다. 「모밀꽃 필 무렵」이라니. 이효석의 대표작하면 이 땅 사람들은 「메밀꽃 필 무렵」으로 각인되어 있지 않은가. 아무튼 나는 작품을 읽어나가다 이 단락에서 '시(詩)적 표현'이라는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짐승 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들리며 콩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 산허리는 왼통 모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혀 하얗다.’(301쪽)
책은 주민자치센터 대여도서에서 만났다. 초판1쇄는 1998년에 찍었고, 내손에 잡힌 책은 2010년 33쇄였다. 〈민음사〉에서 출간한 〔세계문학전집〕 시리즈의 10번이였다. 『한국단편문학선 2』는 시리즈 20번이었다. 이밖에 일연의 『삼국유사』, 김만중의 『구운몽』, 김시습의 『금오신화』, 이광수의 『무정』, 김승옥의 『무진기행』, 이문열의 『황제를 위하여』, 황석영의 『돼지꿈』을 선(選)했다. 〔세계문학전집〕 시리즈의 100번은 『춘향전』, 200번은 『홍길동전』, 300번은 『이상 소설 전집』으로 세계문학전집의 목록에 한국의 고전문학과 근대문학을 끼워 넣은 출판사의 의도가 의미심장했다. 1998년 8월 『변신이야기 1·2』(오비디우스 저, 이윤기 역)를 시작으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시리즈는 현재 350권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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